2014년 대중문화계 스타들

▲ 영화배우 최민식, 김수현, 이유리, 임시완(왼쪽부터).

‘도민준’에서 ‘미생’으로 마무리

천송이·엘사 ·이순신·이인임 등

판타지·역사 속 인물 사랑 받아

악녀 연민정·예능계 스타 삼둥이

서태지·지오디 컴백…마왕의 죽음

‘도민준에서 미생까지’.

초능력을 쓰는 검은 머리 외계인 도민준이 열어젖힌 2014년 대중문화계는 현실에 발바닥을 딱 붙인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미생(未生)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배달(倍達)의 민족’만이 활약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얼음 마법을 부리는 금발의 엘사공주와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외국인들도 올 한해 대중과 함께했다.

이순신은 극장을 지켰고, 연민정은 안방을 장악했다. 또 2012년 3월 한날한시에 태어나 이제 겨우 만 두살인 송씨 집안의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전국민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예능계를 초토화했다.

가슴 찢어지는 참사가 이어졌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허리를 펼 줄 몰랐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은 대중문화에서 크고 작은 위로를 얻으며 올 한해 웃고 울었다.

2014 대중문화계가 배출한 스타들을 꼽아봤다. 실존 인물, 극중 인물, 역사속 인물 구분없이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얼굴들을 돌아본다.

▶판타지의 마법…도민준과 엘사, 천송이와 수상한 그녀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이 올 한해 끼친 영향력은 말로 다하기 어렵다. 국내는 물론 중국 대륙을 뒤흔들었는데, 급기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시 주석이 젊은 시절 도민준과 똑같았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도민준의 짝인 천방지축 백치미 여배우 천송이(전지현)의 매력도 폭발했다.

‘겨울왕국’의 얼음공주 엘사는 3~4살 유아부터 30~40대까지 폭넓은 여성층을 매료시켰다.

영정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 난데없이 칠순 할매에서 스무살 꽃띠 처녀로 둔갑한 ‘수상한 그녀’(심은경)의 판타지 역시 올초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역사의 힘…이순신·이인임·정도전

밑도 끝도 없는 판타지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역사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온 인물들이 2014년에 새롭게 조명되며 스타가 됐다.

이순신은 어제도, 그저께도 민족의 영웅이었지만 올해 영화 ‘명량’으로 다시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는 15세 관람가였지만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극장으로 가 이순신의 활약상을 보여주며 역사교육을 시켰고, 아이들에게 이순신은 그를 연기한 최민식과 같은 모습으로 각인됐다.

안방극장에서는 이인임과 정도전이 올해의 사극 스타에 등극했다.

고려말 권문세족인 정치 9단 이인임(박영규)과 조선왕조를 설계하고 기틀을 다진 삼봉 정도전(조재현)의 걸출함과 카리스마에 중장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시청자가 환호했다. 정치인들은 앞다퉈 드라마 ‘정도전’의 팬임을 자처하며 누가 현실의 이인임이고 정도전인지 침을 튀기며 설왕설래했다.’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연민정·삼둥이·미생들

2014년을 대표하는 악녀 연민정(이유리)과 올해 예능계 최고의 스타 삼둥이, 그리고 연말을 장식하고 있는 ‘미생’들은 나란히 ‘보고 있으면 빨려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청자는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이 오늘은 무슨 거짓말을 또 할까 궁금함에 몸서리를 쳤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성이 또렷한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아빠 송일국과 펼치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많은 미생들은 현실 속 나 혹은 내 주변 캐릭터들과 오버랩되면서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반기 판타지가 위무했던 시청자의 마음을 하반기에는 현실감 넘치는 미생들이 어루만져주고 있는 것이다.

▶위 아 더 월드…한국말 잘하는 외국인·탕웨이

2014년 송년을 앞두고 에네스 카야가 불명예로 퇴장하긴 했지만, 올 한해 TV에서는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이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TV를 틀면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심지어 광고에서까지 이들 한국인 같은 외국인들이 특수를 누렸다. 샘 오취리, 샘 해밍턴, 장위안, 줄리안, 다니엘. 로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국경을 허물며 한국 시청자들과 어울렸다.

여기에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여신’급 대접을 받는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안그래도 높았던 그의 스타성은 하늘을 찔렀고, 그 일거수일투족이 끊임없이 화제가 됐다.

▶돌아온 별들…서태지·지오디 그리고 신해철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의 바통을 이어 올해는 가요계가 ‘그때 그시절’을 소환해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신해철의 안타까운 죽음이 놓여있다.

1992년과 1999년 데뷔해 10년 전후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서태지와 지오디가 나란히 컴백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들은 자신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처음 알게된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가요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대했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신해철은 대중의 가슴에 별이 됐다. 1988년 혜성같이 나타난 이래 변신을 거듭하며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늘 거기 있을 줄 알았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3040세대에게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오늘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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