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인터스텔라’ 중심 ‘부성애’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 ‘국제시장’도
우리사회 아버지의 ‘힘겨운 삶’ 조명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현 시대 담아

극장가를 뒤덮은 아버지 열풍이 뜨겁다. SF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부성애에 방점을 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극장가를 강타한 데 이어 연말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인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도 급변했던 한국사회에서 아버지의 힘겨운 삶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은 개봉을 3주 앞두고 있으면서도 예매 점유율 9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얻고 있다.

 

▶‘인터스텔라’ 스토리의 핵심 ‘부성애’

올해 개봉한 외화 가운데 ‘겨울왕국’에 이어 두 번째로 800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는 SF 영화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뿌리는 스필버그식 가족애에 맞닿아 있다. 우주로 나가면 다시 지구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자녀의 삶을 위해 우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아버지와 평생토록 그런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의 절절한 감정이 영화의 주요 연료다.

실제로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발사를 앞둔 우주선에 앉아있는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의 표정과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머피(아역 맥켄지 포이)의 표정을 교차로 보여주는 시퀀스다.

우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쿠퍼의 사정과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딸의 표정이 교차하면서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영화는 두드린다. 특히 영화 말미는 거의 아버지와 딸의 감정 교류로 채워진다. 우주와 지상에서 벌어지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는 대부분 부성애로 수렴해 설명된다.

정지욱 평론가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등 가족코드를 영화 내용에 잘 버무렸다”고 말했다.

▶고생한 아버지들을 위한 헌사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2009)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국제시장’은 ‘인터스텔라’보다 직접적으로 아버지의 삶을 건드린다.

영화는 한국전쟁, 파독 광부,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상봉 등 한국 현대사에 발자취를 남긴 굵직한 사건을 따라간다. 주인공 덕수(황정민)는 그러한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홀로 헤쳐가며 전쟁으로 풍비박산이 난 집안을 일으킨다.

장남이었던 덕수는 공부 잘하는 남동생의 등록금을 내기 위해, 또 여동생을 시집보내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산업역군으로 독일로, 베트남으로 떠났던 그는 삶과 죽음이 종이 한끝 차이인 위험지역을 계속해서 누비며 가족들을 챙긴다.

노년의 덕수는 한국전쟁 때 헤어진 아버지(정진영)를 떠올리며 이같이 읊조린다.

“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윤제균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정말 힘들고 가난하고 어려웠던 그 시절에 가족과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우리 아버지 세대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수라도 좋아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인터스텔라’나 ‘국제시장’ 같은 대작은 아니지만, 부성애를 강조하는 다른 영화들도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김상경 주연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 등장하는 아빠 태만(김상경)은 대하소설 같은 ‘국제시장’의 아버지 덕수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아빠’다. 명문대를 나온 그는 사업 실패 후 10년째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만은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우리 시대 아빠들의 모습에 훨씬 더 가깝다.

지난달 말 개봉한 ‘나의 독재자’는 독재정권이 장악한 엄혹한 시대, 이 땅의 아버지로서 얼마나 살기 어려웠는지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보다는 역사의 격변기 속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했던 ‘국제시장’과 공통분모가 더 큰 영화다.

영화에서 태식(박해일) 아버지 성근 역을 맡았던 설경구는 최근 인터뷰에서 “독재자처럼 군림했지만,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먹힌 아버지들의 이야기,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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