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화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 김연화 사서, 인생 책표지.

‘사람의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거대한 운명의 힘을 그대로 따르는 것일까, 그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는 존재인가? ’

한 해 네 번의 계절이 있지만 유독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 나도 모르게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이 깊어지는 이 계절에 중국 현대 작가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 위화의 작품을 소개한다.

위화는 주로 격변하는 중국 역사 속에서 한 점처럼 존재하는 평범한 개인의 서사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격랑의 세월 속에서 잡초처럼 질기게 살아간다. 그러나 작가는 인물의 힘듦이나 기구함을 드러내는데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주목한다.

위화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 ‘인생’ 역시 푸구이라는 한 노인의 가족사를 통해 투박한 사람들의 힘겹지만 낯설지 않은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만큼 늙어버린 소를 이끌고 논일로 살아가는 푸구이의 이야기는 지주의 아들이었던 그가 방탕한 생활을 했던 젊은 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국공내전에서 엉겁결에 끌려가 수 없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다 살아 돌아오지만, 가혹한 운명은 그의 삶을 또다시 파괴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이기에 갖는 슬픔의 깊이를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 속담에 ‘머리카락 하나에 삼만 근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태어났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건 우리가 선택한 일이 아니다. 아픔으로 가득 찬 참담한 이 세상 속에서 우리 모두는 그 짐의 무게를 담담히 견디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모두의 인생은 소중하다.

저자는 푸구이를 통해 과거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 함을 알려주고, 그렇기에 인생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 밑줄을 그어본다.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살아가지 그 이외에 어떤 것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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