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맑은 물이 있어야 맑은 물을 마시고 기름진 땅에서 좋은 과실을 얻는 것처럼 맑고 선함이 무념속에 있어야 참다운 생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참다운 생각이라도 끝까지 바른 판단을 이끌어 나아가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참다운 생각이 선한 명분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그 생각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예측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혹 예측을 하였다 하더라도 정확하고 틀림이 없는 것이 아니면 차라리 예측을 하지 않음만도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예측을 하지 않음이 좋다.

천하의 일이란?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서로가 다른 목적과 이익을 만들고 서로가 다른 수단을 지니며 서로가 다른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많고 이렇게 변화가 많은 곳에서 결과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그때부터 무엇을 그렇게 생각할 것이 많은지 수많은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밥을 먹을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어디로 갈까? 그리고 겨우 정하였던 생각들도 수번의 생각이 교차하면서 이렇게 바뀌고 저렇게 바뀌고 도대체 종 잡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생각의 근원이 나약하다보니 생각나는 생각을 그때그때 따라 다니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마치 바다 가운데서 배를 지휘하는 선장이 좌현과 우현을 오가며 제자리에서 하루 종일 맴도는 것과도 같다.

설혹, 하나의 생각을 선택하여 하나의 생각으로 끌고 갈지라도 제자리에서 쏟아버린 힘 때문에 육신은 지쳐 버린지 오래 이고 마음은 시달릴 데로 시달렸다면 더 이상의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상태로야! 세상의 온갖 세파를 헤치고 나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의 생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발념(發念)의 근본이 되는 무념의 상태가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마음은 고요하지 못하고 무념은 혼탁하여 마음과 무념 사이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만 이 생각 저 생각이 번복하면서 발생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심(發心)의 이전 상태에서 마음과 무념을 깨끗하고 선하게 하는 것은 참 생각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미 발생하였던 좋은 생각이라면 그 올바름을 유지 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릇, 만물이 생겨남에는 성장이라는 단계가 있다. 나무가 처음으로 대지를 뚫고 나오면 차츰 줄기와 가지가 형성이 되고 그 가지에서는 다시 잎 새와 꽃잎이 생겨서 결실을 맺는 것처럼 하나의 생각에서도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발념은 먼저 이 생각과 저 생각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렇게 분석한 생각을 자신의 명분과 얼마나 합당한가를 비교하여야 하며 또 명분과 분석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토대가 되어 판다에 도달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념의 과정에서는 하나의 중심이 되는 생각을 만들고 이 중심이 되는 생각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 수집과 생각에 따른 여러 가지 상황들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발념의 단계에서 올바른 요령이 된다.

따라서 발념은 이미 발생한 생각을 정리하여 하나의 정념(正念)으로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제반 사항들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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