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숙 수필가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는 건물들이 지어져 올라가 도시의 마천루를 형성하고, 들과 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도시가 생기고 있다. 그런 것들과 상반되게 세상사 돌아가는 시간을 역행하는 것처럼 한없이 느리고 한가해 보이는 건축물이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성가족 성당’이다. 건축학도라면 생전 한번쯤은 꼭 방문해 보고 싶어 한다는 ‘성가족 성당’은 독특한 건축물이다. 자연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이 기상천외한 성당은 눈으로 보는 인간에게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오늘날까지 100여년이 넘게 현재 진행형인 성당은 파괴당하는 우여곡절과 중단을 겪으면서도 계속 시공이 이어지고 있다. 이 성당을 있게 한 사람은 스승이 설계하던 ‘성가족 성당’ 건축물을 이어받은 천재 건축가‘안토니오 가우디’다.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한 가우디는 건축설계에서는 이단아이며 그 누구도 그와 같은 설계를 상상하며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존재이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그는 늘 혼자 놀던 외톨이었으며, 집을 떠나 여행을 해본 적이 없던 사람이다. 기껏해야 여행지가 자신이 나고 자라 늘 보고 영감을 얻었다던 고향의 자연 환경이다. 기괴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고향 몬세라토에서 그의 감성과 예술적 감각은 형성 되었고, 대대로 이어져온 대장장이 가문의 영향 또한 컸던 것 같다. 그는 누구에게서 사사 받은 습득의 작품이 아닌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성으로 20세기 미켈란젤로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그 바르셀로나가 자랑으로 여기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도시 곳곳에 많다. 구엘이라는 영향력 있는 후원자를 만나 그는 자유로운 설계의 꽃을 도시 곳곳에 피워냈다.

타일 도마뱀 분수대로 유명한 ‘구엘 공원’이라든지, 최초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가 정작 집이 완공 된 후에는 해괴망칙한 집이 무서워 입주를 포기했다는 까사밀라는 독특한 무사모양의 굴뚝으로 이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문화유산인 장소가 되었다.

지구의 중력을 무시한 건축설계는 언뜻 보면 한 미치광이 예술가가 아무렇게나 설계해서 지어 놓은 듯한 건축물 같아 보이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정확한 수학적 계산과 모형도의 실험 끝 환상의 결과물이다 할 수 있다. 설계와 더불어 건축시공의 감독까지 맡으며 가우디는 점점 신 중심의 생활 속에서 40여년 오직 성당건축에 매달렸다.

하루 세 번 있던 성당 미사에 늘 참가했으며 최소한의 물품으로 건축 중인 성당 안에서 숙식하며 비명횡사할 때까지 세상과의 관계도 끊고 오로지 건축에만 매달렸다.

누군가 가우디에게 설계도를 보여 달라고 하면 그는 주머니 속에서 휴지조각을 내 보였단다. 정확한 설계도가 없이 오로지 그의 머릿속에 설계도가 있을 뿐임을 상징하는 행동이었다.

건축 설계와 시공에 골몰한 그가 어느 날 거리 산책길에서 미쳐 전차를 발견 못하고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것도 너무도 남루한 걸인 같은 차림새 때문이었단다. 그만큼 그는 세속적 욕망을 걷어낸 성자의 모습으로 성당 건축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어떻게 이런 설계를 했냐고 세인들이 물으면 자신은 단지 신이 창조한 것을 발견하는 것뿐이라고 대답을 했단다.

세계 곳곳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문화관광대국의 이런 천재가 후손들에게는 얼마나 축복이며 큰 선물인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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