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누구에게나 제각각 다른 이유로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두려운 시기가 있다. 내일의 삶에 대한 의심이 일때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는 순간마다 위안이 되기도 희망을 주기도 하는 결정적 한 문장이 있다면 어떨까?

아무것도 아니여서 불안하고 무엇도 이루지 못해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던 젊은날….

청춘이라 불리는 불안한 시기에 만난 그 문장들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주고 응원해주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청춘의 문장들’은 소설가 김연수가 2004년 내놓은 산문집으로 아직까지 독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책이다. 최근엔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년간 그가 만난 사람들, 그를 스쳐 지나간 감정의 편린들을 담은 ‘청춘의 문장들 +’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은 작가 자신이 ‘가장 나이를 먹은 때’였다고 말하는 서른다섯에 지나간 20대를 돌아보며 그 외로움이 힘겨웠던 젊은 시절 자신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자신을 사로잡은 문장들에 대한 생각을 묶었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와 이용휴의 산문,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은 작가가 사랑한 시절들, 사랑한 사람들, 자신의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자신에게서 빠져있는 것들과 어울리고 교차되면서 삶의 희노애락으로 젖어들게 한다.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깍이거니/바람불어 만 조각 흩어지니 시름 어이 견디리/스러지는 꽃잎 내 눈을 스치는걸 바라보노라면/몸 많이 상하는게 싫다고 술 머금는 일 마다하랴’ (두보의 시 ‘곡강이수曲江二首’)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자신이 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닫지 못하고 뒤늦게 정릉 산꼭대기 자취방의 삶이 사실은 봄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 ‘두보’였다는 고백은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 자신을 사로잡은 문장들이 있었음에 삶을 지탱할 수 있었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꿈이 멀고 현실이 척박해 괴로운 사람들에게 그 시기를 오롯이 버틸 수 있는 희망이자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지혜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삶에 대한 애잔함과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p.242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고’ 中)

‘봄빛이 짙어지면 이슬이 무거워지는구나, 그렇구나.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는구나. 누구도 그걸 막을 사람은 없구나. 삶이란 그런것이구나.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자라는구나.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온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이구나.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게 삶이로구나… (중략)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아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렇게 그냥 그 정도로만. 그럼, 다들 잘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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