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에 입각해 살고 의에 따라 행동한다는 말이다. 살 거(居)자는 있다, 거주하다, 차지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말미암을 유(由)자는 말미암다, 인연하다, 따르다, 본으로 삼다 등의 의미가 있다. 맹자에 이르기를 인에 입각해 살고 의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것을 사람이 스스로 사람됨을 버리는 것이라 했다.

인이란 무엇인가. 맹자는 간단히 인지안택(人之安宅)이라 했다. 즉 사람의 마음을 깃들일 편안한 집이라는 말이다. 인이란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본연지성대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성선설에 따른 해석이다. 사람이 어진 마음을 가지면 편안하다. 그러나 불인한 마음을 가지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독한 마음을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은 험악해지고 불안하다. 의란 무엇인가. 인지정로(人之正路)라는 것이다. 사람이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이 바로 의다. 인에 입각해서 살고 의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것이 곧 군자의 마음이다.

금년은 총선이 있는 해이다. 앞으로 100여일을 남겨두고 있다.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의원 물갈이론이 점차 세를 얻고 있다. 정당마다 정치개혁은 곧 인적쇄신이라는 데 동감하고 있다. 구시대 인물 과거 군사정권과 그 후계자들이 집권하던 시절 위정의 노란자위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자들이 일차적 인적쇄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정권의 핵심인사나 여당인사 가운데도 불법 비리에 관련이 드러난 이들은 청산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여야에 관계없이 공천심사위원회가 들끓고 있다.

누구를 공천에서 제외할 것인가. 저마다 자기는 아니라고 한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은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자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들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배척하기는 쉽다. 그러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퇴하기는 어렵다. 진퇴를 분명히 하는 것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군자의 처신하는 도리다.

이번 기회에 많은 기성정치인들이 스스로 용퇴하는 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지도자들의 거인유의 실천을 기대한다.

김홍철 청주대 한문교육과 juk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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