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연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남미연 사서, 그림소담

서울 성북동에 위치하여 일 년에 딱 두 번 개방하는 탓에 수만명의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긴 행렬을 연출하고, 서너 시간이 넘는 긴 기다림 끝에도 인파에 밀려 작품 감상은 고작 이십여분을 넘지 못해 매번 아쉬움을 주는 곳. 바로 간송 미술관이다.

이렇게 문턱 높고 기다림에 지치게 하는 쉽지 않은 미술관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명화 30첩이 ‘그림소담 :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이 한권에 담겨 있다.

이 책은 현재 간송 미술관 연구원인 저자 탁현규가 신윤복, 정선, 김홍도와 같은 유명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인지도에 밀린 화가들의 그림들도 놓치지 않고 각 장마다 마치 하나의 전시회를 기획하듯 테마별로 정리를 한, 미술관에서 파는 도록 외에 간송미술관의 그림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책이다.

‘그림 소담’을 통해 저자는 표면적인 그림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일반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나 알아두면 앞으로 그림을 감상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풀어 놓았다. 더 나아가 우리가 현재 잊고 있는, 그러나 곧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와 감성을 상기시킨다.

뱃놀이 하는 선비들을 그린 신윤복의 ‘맑은 강에서 뱃놀이를 하다’를 통해 신윤복이 가진 천부적인 공간 구성 능력을 전하고, 낚시 그림을 즐겨 그린 김홍도의 ‘버드나무 타고 낚시하다’를 통해 김홍도가 어떻게 그림 한 장으로 시대의 분위기를 전달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선비가 글을 읽다 말고 꽃을 감상하는 그림 ‘글 읽다 남은 겨를’을 통해 감성과 이성을 모두 소홀히 하지 않은 선조 ‘독서인’의 자세를 새삼 일깨운다. 서양에서는 달을 해와 대비시켜 ‘마이너스’의 음울한 이미지로 구축한데 반해, 우리 민족에게는 친구 같은 가까운 존재였던 달의 의미를 여러 장의 그림을 통해 전한다.

휴가철 막바지인 요즘 변덕스런 날씨에 미술관까지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조용한 방에서 여유롭게 옛 그림들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림 지식이 없는 독자들이라도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그림 속 포인트를 알기 쉽게 설명 해주는 책 속의 개인 도슨트와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옛 그림 속에 담겨있는 선인들의 풍류에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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