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경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소녀의 푸른 숲이 점점 줄어든다. 대학생이 된 소녀는 거리에 줄줄이 나와 있는 쓰레기 봉지들을 보면서 학교에 갔고, 쓰레기 봉지가 말끔히 치워진 길을 다시 걸어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녀는 궁금하다. 저 많은 쓰레기 더미는 왜 생겼는지, 무엇이 들어 있는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지.

의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왜 쓰레기 더미는 그렇게 유해한가? 왜 쓰레기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에 많은가? 왜 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옮기는 일이 이득인가? 어떻게 그렇게 멀리서 물건을 만들어 들여오면서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가? 왜 물건은 그렇게 빨리 망가지고,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걸까? 그녀의 20여년에 걸친 의문은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쓰레기로 버리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은 ‘물건이야기The Story of Stuff’라는 20분짜리 동영상이 되었고,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모든 제품은 추출-생산-유통-소비 -폐기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공정을 거쳐 제작된 물건들의 가격은 어떤가. 1만원짜리 신발, 오천원짜리 티셔츠가 어떻게 시장에 나올 수 있었을까?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은 앞의 일련의 과정 중 극히 일부분에 속한 가격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실제 물건이 만들어지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던 진실, 우리가 착취한 지구자원과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이 숨어 있었다.

캔 음료 하나, 셔츠 한 장에서부터 금과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은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인권유린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은 돈벌이를 위해 지구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그들의 교묘한 마케팅에 홀린 우리는 ‘소비는 미덕’이라는 덫에 홀려 끊임없이 불필요한 물건을 사고 버린다.

간단해 보이는 물건에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많은 재료, 기계, 부산물이 있으며, 그 생산 과정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그러니 집이나 자동차를 만들 때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습관을 들였다. 이 물건에 필요한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모든 노력, 그리고 물건 값을 버느라 내가 일해야 하는 시간, 이것들을 다들일 만큼 그 물건이 가치가 있는가? 사지 않고 친구에게 빌릴 수는 없는가? (p140)

물건을 구입할 때 한번만 더 생각해본다는 별것 아닌 행위가 모이고 쌓여 지구 환경을 지키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지구촌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물건을 덜 만들고 덜 쓰기 위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덜 낭비하기 위해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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