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 청주시립신율봉도서관 사서

존재만으로 가장 빛나는 십대 시절, 바로 그 시기에 만난 보석 같은 책 한권이 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 바로 그 책이다.

주인공 선재는 열여덟살 고등학생이다. 공부보다는 문학에 관심이 많고,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글을 꽤 잘 쓴다고 인정하는 풍부한 감성을 가진 평범한 고2 남학생이다. 학교와 주변인물에 대해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세심하게 통찰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소설 속의 아이들은 친구문제, 이성문제, 가족간의 갈등, 그리고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고민 등으로 방황한다. 어른들의 불공정하고 깨끗하지 못한 요구에 방황하며 마음 깊은 웅덩이 속에서 메아리치는 고민들로 방황한다.

그 방황의 연결 고리 속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시기를 통과한다.

전교조 문제로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게 된 왜냐 선생님을 통해 마음속 깊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 윤수는 학교를 떠났고, 주인공 선재는 부모와도 같았던 누이를 떠났다. 그들은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위해 존재한다면, 먼저 나를 지켜야 한다고. 너무 늦기 전에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들의 결정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아이들이 있단 말인가. 절망으로 끝을 내지도, 무모한 희망으로 덮어버리지도 않은 채 다만 스스로가 겪어내야 할 이 과정을 담담히 겪어내겠다는 소설 속 아이들의 의지가 고맙다. 그래서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이 책은 일기체 형식으로 씌어진 다섯 편의 연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가 물 흐르 듯 연결되어 있어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주인공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그의 감정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10대 시절의 나와 그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 시절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시절을 통과해 어른이 되었듯 소설 속 아이들도 분명 꽤나 멋진 어른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녕, 지나간 시간 동안의 내 친구. 오로지 믿음으로만 존재하는 앞날에, 우리 다시 뜨겁게 만나기로 하자.”(p.199)

그들은 과연 뜨겁게 조우했을까.

한문장, 한문장 꼭꼭 씹어 읽어야 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과 아이들에게는 동질의 위안을, 어른들에게는 겪어온 날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선물할 소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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