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7일, 일명 호주제 폐지로 지칭되는 민법중개정법률안이 이미경 의원 등에 의해 제안돼 법무부 개정을 거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국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국회의원의 입장이 불분명해 연내 개정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러나 과연 호주제가 이처럼 과도한 지지를 받을 정도로 정당하고 합리적인 법안인가?

민법 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자녀의 성과 본, 호주승계 순위 등에서 나타나는 부계혈통 중심주의, 호주라는 상징적 존재로 인해 암묵적으로 인정받는 남성중심의 권위적 위계질서, 한 개인의 가족관계가 호적이라는 명목하에 국가의 통제하에 들어가 쉽게 공개될 우려성 등이다. 특히 ‘자녀의 성과 본은 부계를 따른다’는 조항은 가족의 구성단위가 성인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계혈통만을 인정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또한 1990년 개정된 가족법을 통해 호주신분에 대한 약간의 변화가 생겼으나 여전히 호주는 가문을 대표하는 남성어른이라는 의식이 강하고 특히 가족은 한 호적에 입적한다는 법률에 근거해 여성의 경우 혼인신고와 동시에 시부나 남편으로 호주가 바뀌는 등의 불합리성이 있다.

이러한 동일가적제 인정을 통해 비록 친부가 호주포기를 하더라도 어머니는 자녀와 한 호적에 가족관계로 등재되지 않아 실제 동거하는 가족 중심의 호적법이 되지못하고 같이 살고있는 친모와 자녀가 동거인으로 등재되는 기현상을 낳고있는 것이다.

현재 호주제를 존속하자는 입장은 ‘호주제 폐지로 인해 가족관계가 와해될 것이며, 소수의 이혼가족을 위해 좋은 풍습을 폐지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앞으로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이혼율은 30%를 훌쩍 넘어서 많은 이혼과 재혼가정이 생기고 있으며 현재, 호주제로 고통받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실제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가족과 관련한 일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제고해 국민의 평등한 신분제를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 고통받는 것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서둘러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

손명희 / 청주여성의전화 회장(chyj8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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