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한방내과2 교수

대개 60대에 그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운동 동작이 느려지고, 안정시의 떨림, 경직 및 자세불안정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질병, ‘파킨슨 병’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분포하는 신경세포의 파괴로 발생하는 신경계의 만성 퇴행성 질환입니다. 흑질의 신경세포는 뇌의 기저핵이라는 부위와 연결되는데, 기저핵은 뇌의 운동 피질 및 기타 여러 부위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인체의 운동을 조화롭고 부드럽게, 정확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흑질에서 이러한 기저핵의 기능을 조절하기 위해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하는데, 바로 이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면 파킨슨 병이 나타나게 됩니다.

만약 흑색질 신경세포의 파괴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서도 이러한 파킨슨 병의 증상이 보일 때에는 ‘파킨슨 증후군’이라고 명명합니다.

떨림증상은 초기에 주로 신체의 한쪽에서 나타나지만 점차 양측으로 나타나며 다리나 턱·혀도 떨리게 됩니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에게서는 근육 긴장도가 증가되고 관절의 경직이 관찰됩니다. 느린 운동은 흔히 옷 단추 잠그기, 글씨 쓰기와 같은 세밀한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걸을 때 팔 흔들기가 자연스럽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세수·화장·식사·옷 입기 같은 동작이 불편하게 됩니다.

파킨슨 병의 원인이 되는 뇌의 흑색질 변성, 이에 대한 뚜렷한 유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인자와 환경적 인자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발병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방에서 파킨슨 병의 증상은 진전(震顫)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한의약 처방의 기초가 되는 상한론(傷寒論)에는 몸이 떨리고 곧 넘어질 것 같은 증상에 대해 나와 있는데, 이는 몸의 물질적 기초인 음(陰)과 에너지적 기초가 되는 양(陽)이 모두 고갈된 증상으로 보고 이에 대한 처방이 기술돼 있습니다.

파킨슨 병의 한방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근에 시행된 연구를 소개해 드리면, 벌침을 투여했을 때 면역 물질인 조절 T세포를 증가시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효율적으로 보호되며, 이 신경세포를 없애는 세포의 활동 또한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파킨슨병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에서는, 도파민 요법과 침 치료를 같이 받은 환자들이 도파민 보충 요법만 받은 환자들에 비해 질병의 진행이 의미 있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임상 연구에서는 8주간의 침 치료, 봉약침 치료로 파킨슨 병 환자의 운동기능과 일상 생활 기능, 균형잡기, 우울증 척도 등이 유의하게 개선된 사례가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퇴행적 변화로 인해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병입니다.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의 악화를 막는 것을 기본으로,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치료의 1차적 목표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파킨슨 병의 치료를 위해 희망을 잃지 않고 고군분투 중이신 많은 환자분들과 함께, 파킨슨 병의 많은 치료법이 발견돼 파킨슨 병이 머지않아 정복되기를 기대해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