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경제학 박사

작년 일이다. 겨울이 되기도 전에 금년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들은 아내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다른 사람보다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여보, 당신도 TV에서 기상예보 들으셨죠? 내가 이럴 줄 알고 겨울이 되기 전에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한 것인데 내 말은 통 듣지도 않으시니… 아이고 이 겨울을 또 어떻게 보낼꼬”

그러나 막상 겨울을 나고 보니 아내의 걱정은 괜한 걱정임을 알게 됐다.

강원도 지역만 폭설로 많은 고생을 했지 그 외의 지역은 예년에 비해 따뜻한 겨울을 보내어 오히려 병충해 걱정을 하게 됐다.

따뜻한 겨울 덕분인지 아님 품종이 조생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 근처에 있는 어느 관공서의 목련나무는 벌써 만개해 주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다른 나무는 꽃은 커녕 잎도 나올 기미도 없는데 그 목련꽃만은 순백색의 고귀함과 도도함으로 서 있으니 오히려 근접하기조차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 목련꽃이 벌써 활짝 피었네. 우리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요? 내 휴대전화로도 한 장 찍어 주세요. 카톡에 올려서 친구들에게 봄을 알려야지. 호 호 호”

점심을 먹으러 나온 젊은 아가씨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한 동안이나 그 목련나무를 휘감고 있다가는 사라진다.

어제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다가 벌써 지고 있는 목련꽃을 보고는 아내가 한마디 한다.

“여보, 저 목련꽃은 다른 목련꽃에 비해 참 일찍 피는 것 같아요. 저기 공원에 있는 목련꽃은 이제야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하는데… 그나저나 우리 집 목련꽃은 아침에 보니 필 기미도 없어요. 건물들 틈에 끼여서 추워서 그런가 봐요. 하기야 집 주인도 추위를 타니 목련꽃도 주인을 닮아서 추위를 타는지도 모르죠”

“에이! 당신의 말은 너무 비약적인 것 같소. 혹시, 아파트로 이사 안 간다고 목련꽃에 가시를 달아 나에게 항의하는 것 아니요?” 내가 정색을 하니 아내가 배시시 웃는다. 그 모습이 꼭 순백의 목련꽃 같다.

“여보, 내가 지금 저 목련을 보며 생각한 것인데. 일찍 핀 꽃은 일찍 진다는 사실이요. 비록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꽃 역시 때가 되면 진다는 사실이지요. 이삼일 후면 저기 공원에 있는 목련꽃도 만개할 것이지만 그 꽃 역시 언젠가는 질 것이고… 마지막으로 우리 집 늦둥이 목련도 때가 되면 만개하겠지요. 꽃들도 각자 필 때가 있듯이 인간의 삶도 똑 같다고 생각하오. 피는 시기가 좀 빠르고 느리고 하는 차이가 있을 뿐…”

“맞아요. 우리 부부의 삶도 우리 집 목련꽃과 똑 같은가 봐요. 환갑이 다 되어서야 행복감을 느끼고 사니…”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아내의 손을 꼭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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