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선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평상복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참석해 복장에 대한 논란을 빚다가 일부 국회의원이 이를 문제삼아 유 의원이 퇴장함에 따라 국회의원 선서를 하지 못했다.
유 의원의 상식을 파괴한 평상복 차림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며 몇 가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식 석상의 격식은 존중돼야 한다. 유 의원은 국회가 일터가 됐고,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TV토론 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에선 왜 양복만 입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사회에는 각 분야마다 나름의 질서가 있다. 옷차림도 그 중 하나다. 학교에 맞는 옷차림, 운동하기에 걸맞는 옷차림이 있다.
국회는 육체적 노동을 하는 일터가 아닐 뿐더러 유 의원의 개인 일터가 아니라 공식석상이며 의원은 이미 개인이기에 앞서 공인이라는 것을 유 의원은 잊고 있다.
사람은 옷차림에 따라 생각과 태도가 달라진다. 요즘 젊은 학생들 중 간혹 집에서 실내복으로 입던 트레이닝복에 실내용 슬리퍼를 질질 끌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볼상사납다. 때와 장소에 따른 옷차림의 선택은 사소할지 몰라도 그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둘째, ‘문화적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 한 유 의원의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공인이다. 공인은 공인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예의와 격식을 지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며 이는 매우 중요하다. 문화적 다양성은 서로를 존중함에서 비롯된다. 자신만의 판단이 ‘선’이라는 확신은 오히려 독선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것이다.
유 의원은 ‘사고방식뿐 아니라 행동양식도 자유롭게 할 것’이라 하는데 그러면 바티칸을 방문할 때 반바지 차림으로는 입장할 수 없는데 자유주의자니 상관없다 할건가.
셋째, 공인으로서의 행동과 말은 신중하고 절제해야 한다. 굳이 첫 국회 등원 때 이같은 해프닝으로 네티즌 사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은 유 의원이 의도한 바대로 성공적일 수도 있으나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위와 예의에 대한 부정과 전통에 대한 무비판적 파괴는 더더욱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국회에서 예의를 갖춘 복장이 실크 정장차림이어야 하냐며 동료 의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듯한 유 의원의 말은 옳지 않다. 고가품의 실크 정장을 입는 국회의원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지 않음을 유 의원이 모를리 없다. 기존 국회의원을 부정적 이미지로 부각시키려는 듯한 이런 말들은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새내기 국회의원 유 의원은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국회의 에너지를 허비해서는 안된다. 시선 집중용 가십거리를 만들기보다는 눈 앞에 닥친 현안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넷째, 라운드 티셔츠에 재킷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정치문화가 지나치게 허례의식에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유 의원에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장을 입는게 정치문화의 허례허식이라면 다른 나라의 국회의원 또한 그렇다는 비약도 가능하다. 이는 지나치게 편향적인 주장이며 오류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구별해야 한다.
개혁은 국민이 공감해야 성공한다. 기존의 틀을 무조건 깨부수는 게 개혁이 아니다. 기존의 틀도 존중하며 권위주의는 타파하되 권위는 진정 존중돼야 한다.
교육자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적 풍토가 교육계의 부실을 불러왔다. 교육자나 국회의원 등 공인의 권위가 국민들에게 존중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는 풍토 또한 소중하다.
기존의 틀을 부정하는게 의식있고 앞서가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옷차림 논란은 권위와 권위주의에 대해 우리 사회에 암시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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