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에 치러질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의 양강 대결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두 후보는보다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각종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약들이 개수도 많고 내용도 복잡하다 보니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때 후보들을 판단하는 보다 간편한 기준으로 이데올로기적 성향이라는것이 있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특정한 사회체제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이론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①정치 권력을 추구하도록 하는 목표나 이상, ②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과 판단, ③이를 합리화시키는 철학 등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두 후보자간의 정책 성향을 조사한 한 일간지에 의하면 한나라당 이 후보의 경우는 보수 성향 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67%로 강하게 나타난 것에 비해, 민주당 노후보는 진보 성향 공약이 73%나 되어 이 후보는 보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반면 노후보는 진보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보수란 무엇이고, 진보란 보수와 어떻게 다를까? 보수주의는 사람들이 미지(未知)의 것을 두려워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특성, 즉 변화를 싫어하고, 현상유지(status quo)를 지향하는 심리적 상태에 기초한다. 이는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여, 프랑스 혁명과 같은 급진적인 변화는 정치 사회적 혼란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비판했던 에드먼드 버어크(Edmund Burke)와 같은 사상가에게 그 연원을 두고있다.

이에 비해 진보주의는 한편으로는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낡은 것을 버리려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본성에 기초하고 있다. 진보주의는 근대 시민 혁명기에 왕과 귀족들의 지나친 정치적 간섭과 통제를 최소화하여 정부의 역할을 치안 유지에 국한시켜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정치사상에 그 근원을 둔다.

하지만 경제 공황과 월남전을 전후해 자본주의의 폐해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며, 대중들의 전반적인 삶의 수준이 저하되자 진보주의는 그 관심을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생활에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확산시켰다. 진보주의자들은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의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 영역에 뛰어들어 국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항해 보수주의는 정치 질서와 안정의 유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경제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국민들의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똑같이 취급받도록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경제는 시장의 원리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나라당은 중도보수층 결집을 위해, 자신들은 안정을 도모하는 세력인 반면에, 노 후보의 이념적 성향은 급진적 진보주의 라며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 다수가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는 안정세력 대 급진세력간의 대결구도로 선거를 몰아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 같다.
유권자들이 정치적 안정과 자유의 신장, 경제 성장과 복지 등에 대한 자신의 믿음 체계, 즉 이데올로기는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이번 선거에서는 OO지역이싫어서, 아들이 보기 싫어서, 인물이 잘나서, 젊어보이니까 하는 등의 순간적 이고 감정적인 기준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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