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월악산 자락에 사시는 선배님을 찾아 오랜만에 술자리를 마련하고 하룻밤을 묵고 온 적이 있다.
그분을 자녀 둘을 외국으로 일찍부터 유학을 보내고 부부만 그곳에서 사시는데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산악마라톤이며 사이클을 젊은 사람들 보다 잘 하시고 건강하게 사시는 분이다.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녀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힘들었지만 외국에 유학을 보내기를 잘했다고 생각는 것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기는것이라고 했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부모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하고 가끔 선물이라도 해주면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것이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달라진 점이라고 만족해야 했다. 부모에게 유산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고 선배님도 유산을 물려줄 생각은 없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유학을 많이 가는 나라로 중국 인도에 이어서 세계 3위이다. 인구수당 유학생은 당연히 세계 1위일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우리보다 선진국인나라에서 많은 것을 배워 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자원도 변변치 않은 우리나라에서 발전을 이루는 근간이 이런 유학으로 선진 문물을 배워온 것이었다. 이렇게 외국과 접촉이 많아져 외국의 생활 관습 등이 많이 들어오게 되어 우리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족형태도 서양의 핵가족을 본받아 부모를 모시겠다는 사람이 열 명중 두세 명이고 노년에 자녀들과 같이 살려는 부모는 이상하게 인식되고 있다.
장묘 문화도 빠른 시일 내 바뀌어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매장에서 이제 화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반수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선진국에 유학을 가서 배워오지 않는 것은 부모에게 기대어 생활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혼자금 살림장만 집을 구입하는 모든 비용을 부모에게 청구하고,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은 외국 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성년이 되면 부모와 떨어져 따로나와서 생활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일상화되어 있고 다른 선진국들은 모두 비슷한 실정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이 성년이 되어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부모에게 공돈을 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외국에 수년씩 유학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서울 강남 등에서 외제차등을 몰고 다니면서 유학파임을 자랑하고 흥청망청 돈 쓰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다. 물론 자기가 번 돈을 쓰는 것이야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부모에게 의지하는 주제인 경우가 많고 그 부모들이 우리나라 지도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요사이 신문지상에 유산을 사회에 기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유산의 1%를 기부하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고 일부에서는 ‘유산 남기지 않기’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이러한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부모에게 유산을 기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성년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되고 부모 덕으로 한평생을 살아가려는 지진아들이 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명실공히 선진국의 대열에 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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