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무역협회는 ‘대한민국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무역·사회지표를 발표하여 세계속에서 우리사회의 좌표를 알려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구조는 높은 인구밀도, 상위권의 국민소득, 활발한 국제무역, 높은 IT 수준, 에너지 과소비,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높은 이혼율, 낮은 출산율 등으로 요약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계에서 인구밀도, 국내총생산, 교역규모는 각각 13위이고, 인구천명당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1위이며, 원유수입은 3위, 사교육비 지출은 1위이다. 이혼율은 인구천명당 2.8쌍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이고, 출산율은 인구천명당 미국이 14.7명, 프랑스가 13.1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1.6명이다. 한편 산업부문별 생산활동은 선박수주량이 1위, 자동차 생산이 5위, D램 반도체 생산 및 CDMA 휴대폰 생산은 각각 1위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경제사회지표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사회구조는 빠르게 선진국 형태로 전환되어 왔다. 특히, 97년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적 압력에 의해 재편된 측면도 있다.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 사회의 계층간 종속구조가 급격히 붕괴되고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며 개인의 가치추구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아를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는 평생직장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고 직장을 선택할 때에도 단순히 소득수준보다는 개인의 성취도와 자기표현이 가능한 곳을 선호해서 주5일제 근무의 시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서 우리국민들은 빠르게 선진국의 가치기준을 형성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경제사회적 가치기준을 구체화 시켜줄 수 있는 사회구조가 온전하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현안은 선진국 수준의 가치기준을 실현할 사회구조의 개편과 이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나 정치와 경제가 사회의 보편적 가치형성의 초석이 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경제체계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상 국민들에 의해 가장 낮은 수준의 가치체계로 평가받고 있는 정치부문이 고도화하는 과정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실을 감안한 차선책이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강하게 비판하며 물과 불의 관계로 평가받던 두 대선후보가 여론조사라는 통계기법에 의해 마치 도박판에서 베팅이라도 하듯 단일화를 해내더니 패자가된 후보가 선거공조라는 차원에서 상대후보의 선거진영을 총괄하여 대선을 치르겠다고 한다.

결국은 노선이 서로 다른 정당끼리 정책적 충돌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쪽이 공동정부에 준하는 분권형 국정운영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해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단 밀실담합이나 후보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어쨌든 공개적으로 정치적 합일점을 찾아냈다는 점은 진일보한 것 같기도 하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전직 대통령이 절대불가라고 판단한 후보단일화를 단기간에 성사시키는 것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 편의 정치극으로 치부되며 우리의 정치를 더욱 왜소하게 만들었다는 평가속에 현재 진행중인 일련의 피상적인 정치적 변화는 선진국을 향한 우리사회의 흐름을 되돌려 놓는 것 같아서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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