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21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5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는 심포지엄과 기념행사가 있었다. 치매의 날을 기념하기 보다는 알림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텐데 행사의 주관은 한국치매가족협회에서 행하였다. 의외로 참가인원이 많아 우리 사회에 치매관련 종사자 및 관심 두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실감했다.

하루에 여러번씩 몇시냐고 묻는 사람, 속옷을 뒤집어 입고, 겉옷도 앞뒤가 바뀌어 제대로 입지 못하는 사람, 아침을 분명 먹었으면서도 안 먹었다고 떼를 쓰는 사람, 온 동네 쓰레기를 수집하는 사람과 훔치는 사람, 내 물건 누가 훔쳐갔다고 누명을 씌우는 사람부터 집을 나가면 찾아오기 힘들고 심하면 가족도 몰라보기까지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유형이 있다.

정상인에게도 건망증이 잦은 사람에게 흔히들 “너 치매 걸렸니?”라는 말을 하지만 치매처럼 무서운 병은 없다. 왜냐하면 치매환자 자신은 본인 스스로가 치매에 걸린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인지한다 할지라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크나큰 짐이 되기 때문이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라는 말은 큰 악담이 아닐 수 없다. 똥을 쌌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은 아직 남아있는 치매환자가 그것을 어떻게든 처리해 보겠다고 하는 행동이 벽에 칠해 없애려는 것이다. 이러한 치매환자의 특이 행동은 보호자가 감당하기 어렵고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힘든 경우가 많아 가족 중 치매환자 발생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은 물론 고통이다.

치매환자가 가족 중에 발생하면 그것을 숨기려하지 말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처럼 “나 치매 걸렸어! 그런데 치매는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몰라!”라며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문화의 정서상 내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병을 키우기도 할 뿐 아니라 부양부담에 지쳐 가족이 파괴될 위험성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치매 전문가에게 진단 및 치료, 보호 및 부양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치매환자의 부양체계가 의료보험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치매환자의 잔존기능을 유지하도록 주간에 만이라도 맡길 수 있는 탁노소(주간 보호센타)도 없는게 우리 현실이다. 어디에도 맡길 곳이 없다. 그래서 날로 늘어가는 치매환자를 보호할 대책이 없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치매 전문 주간 보호센타가 없어서 뇌졸중 환자와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사지가 멀쩡하나 인지기능이 좀 떨어지는 치매환자가 뇌졸중 환자를 보면 “팔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저 병신들하고 같이 지내란 말야?”한다. 반대로 뇌졸중 환자가 치매환자를 보면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들이 우리보고 병신이라고 하네”하며 서로 싸운다.

이를 보는 복지사는 하루종일 싸움 중재하다가 급기야는 제발 좀 그만들하라고 소리지르며 야단친다. 이를 위에서 지켜보시는 하느님 왈 “웃기는 세상여! 병신들 꼴값하네~” 하시면 하느님도 역시 병신이다. 그러나 하느님 왈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 고 했다.

제발, 치매전문 주간 보호센타 또는 단기보호센타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치매환자를 부양하는 가족들이 “참! 좋았어” 할 수 있도록..

/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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