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부(富)를 정의하고 분업에 의한 생산력 증대를 통한 부의 축적을 논의하며 출발한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자원의 효율적 분배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발전해왔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경제학은 정부가 경제현실의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 적극적인 개입을 가능케 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며 부단히 전개되어왔다.

한편, 사회과학의 한 분야인 경제학은 연구대상의 확대로 그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왔는데 90년대에 이르러서 경제학의 방법론이 보다 정교해지면서 단순하게 경제현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다시 말해서 결혼, 범죄, 종교, 전쟁 등과 같은 각종 사회현상을 경제이론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해 왔고 많은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데 나름대로 성공해왔다.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20대 젊은이들의 높아지는 결혼연령과 늘어나는 독신주의자들과 같은 사회현상도 그 중의 하나이다. 9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베이커 교수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데 특히 결혼을 국제무역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에 의하면 국가간에 상대적으로 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생산에 특화하여 서로 수입과 수출을 하게 되면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두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발생하고 후생이 증대된다.

베이커 교수에 의하면 이 이론을 남녀간의 결혼에 적용할 수 있는데 결혼을 하면 아내가 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에 남편이 아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한 집안에서 부부가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에 특화하여 이것을 서로 수입하고 수출하면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이익이 있고 또한 한 가정의 후생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추세이고 아내와 남편이 잘 할 수 있는 일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지만 이 이론의 적용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이론도 결혼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타당한 이론적 대안을 제공해 주고 있다.

즉, 생산규모가 늘어날수록 생산비용이 줄어든다는 규모의 경제이론을 결혼에 적용하면 의식주에 투입되는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을 통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사회현상이지만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이혼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결혼이 더 이상 도덕적 책임감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지내는 개인적 또는 사회적 관계가 아니다.

경제이론은 이것을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부부의 가치를 가정이라는 시장에서 서로 끊임없이 평가하고 그 평가기준에 비추어 가치가 하락하면 언제든지 그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은 단순한 가치평가게임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 분명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경제이론에 의하면 결혼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이번 가을에는 건전한 가치기준을 갖고 이런 경제이론에 충실하려는 젊은이들이 많기를 바란다.

/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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