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널리티 리포트’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살인할 의도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살해하려는 현장에서 체포하여 살인사건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이야기로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풍부한 상상력과 영상기술의 발달로 두시간 내내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방송에 40대 남자가 10년 전 술잔을 통해 간염이 전염되었다며 친구를 살해한 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방송되었다. 방송에서는 질병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성급한 판단과 과격한 행동으로 살인극이 생겼다고 하였다.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B형 간염의 퇴치를 위해 정부는 술잔 돌리지 않기 국이나 찌개 등을 같이 먹지 않기 등 식생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다. 필자도 대학에서 의학을 배우기 전까지는 이것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캠페인은 전문적인 의학지식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캠페인이었다.

대한간학회에서 발간한 ‘간추린 간질환 길잡이’라는 책자에는 ‘B형 간염은 다른 사람과 단순한 접촉, 악수, 포옹, 키스나 음식물을 통해서 전염되지 않으며 식기를 따로 쓸 필요가 없고 목욕탕, 사우나, 수영장을 통하여 전염되지 않으며 학교, 군대, 직장과 같은 단체생활을 제한 할 필요가 없다’ 고 되어있다.

이러한 의료계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각인된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와는 식사와 술도 같이해서는 안 된다’는 편견은 쉽게 바로 잡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술잔을 돌리지 말자고 그렇게 캠페인을 벌리던 방송은 이것으로 간염이 전염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방송을 하는데는 소홀히 하였다.

그리고 그 피해는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친구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람이 무지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얼마나 무지하고 과격하게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고 망쳐 놓았느냐에 대해 우리사회 모두가 반성해야한다.

우리나라의 간염 보균자들은 총 330만에서 380만 명으로 추산되고 이중 취업연령인 20대에 45만 명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만으로 기업체에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고 죄인처럼 취급받고 살고 있다.

정부는 2000년10월 B형 간염을 예방 가능한 전염병으로 낮추었고 취업을 제한하는 질병군에서도 뺐지만 많은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 의학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그리고 정부의 공무원 신체검사규정에 만성활동성 간염이 불합격 판정에 포함되고 있어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흡연보다도 질병에 걸릴 확률이 적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게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살해의도를 가진 사람을 구속하는 ‘마이너 리포트’에서 말하는 미래 사회보다 더욱 가혹한 것이다.

(본 내용은 한상율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많은 부분을 인용하였습니다. ‘간사랑 동우회’를 운영하고 계시고 간 질환 환자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싸 우고 계시는 한상율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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