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폐품 수집의 노동으로 새벽을 여는 할머니가 있다. 당신 몸의 5배가 넘는 리어카짐을 끌고와 집마당 구석에 내려놓는 할머니를 보고 너무나 놀랐다. 우선80세가 넘는 고령에 키는 150㎝도 안돼 보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자녀들은 전부 객지에서 살고 있고 경제적 능력도 있다는 것을 듣고 더더욱 놀랐다. 낮에는 혹시나 자신의 자녀들의 아는 사람에게 눈에 띄일까봐 일을 못하고 새벽에 폐휴지와 깡통 등의 폐품을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을 할머니와의 얘기 끝에 알았다.

새벽에 잠이 없는데 할 일이 있어서 좋고 또 당신이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서 좋다는 할머니와의 얘기 속에서 정말로 큰 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지난 여름 ‘금빛자원봉사단’이라 하여 퇴직교원, 공직자를 중심으로 발대식을 가졌고, 이들을 평생교육하여 자원봉사대원으로 활용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노력이 있었다.

충북에서도 중앙도서관내의 충북지역 평생교육정보센터에서 금빛평생교육봉사단 연수생을 이미 길러냈으며 그때의 수강생들이 사회복지시설 또는 지역사회소외계층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첫 번째의 사례는 할머니 개인으로 보면 자원봉사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훌륭한 자원봉사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자원재활용을 통해 추후 환경보전이 가져다 줄 비용을 생각하면 역시 인류를 위한 자원봉사적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여 분리 활용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폐기처분하는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우리는 차세대를 위한 고비용의 자원재활용을 하고 있질 않다. 그런데 첫 번째 사례의 할머니는 ‘돈은 별로 되지 않으면서 시간은 많이 걸리는 일’을 자진해서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할머니를 쓰레기를 줍는 구질구질한 어머니라고 자식은 물론 우리들은 욕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의 사례는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단이다. 이들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교육하고 있다. 그러한 비용 이상의 효과를 거둘 때 자원봉사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궂은 일은 안하려는 풍토가 있어 잘 될지 우려된다.

퇴직 후 할 일이 없어 노후를 덧없이 보낸다고 하면서 할 일을 이야기하면 “내가 그런 굿은 일을 어떻게 해!”하는 어르신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동네 놀이터, 공원, 길거리의 풀뽑고 휴지줍는 일, 당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인복지관, 회관, 노인복지마을등의 잔디의 풀 뽑고 물주는 일,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하는 일에서부터 동네의 학대받는 아동들 보살피고 교육하는일, 동물원의 동물보살피는 일(외국에선 각 노인이 각 동물을 배정받아 보살피는 일등을 많이 하고 있다), 박물관의 안내 및 유물관리 등의 수많은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굿은 일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금전적인 일이 아니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가치관 탓인지 시간 많은 퇴직자들이 고고한 일만 찾고 있다. 금빛봉사단발대식에 참여한 노인들의 관련기사 사진을 보면 양복입고 넥타이를 멘 멋있는 어르신들이 나와 있다. 잘 차려입고 무슨 몸수고를 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우리 노인이 되면 나에게는 돈이 안되지만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있는 일을 해야할 것이 아닌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일들을 위해 시간 많은 어른들이 몸쓰고 해야 후손들이 나머지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 높은 일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인 자원봉사자야말로 참여하는 복지사회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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