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지방선거가 거리를 좁혀오자 출마 희망자들의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제에 대한 찬반의견이 재론되고 있다.

특히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시에서 열렸던 정기총회에서 6개항의 대(對)정치권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기초단체장 임명제 반대 및 정당공천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기초단체장 협의회의 결의사항에도 나타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제를 반대함에 있어 그 주요 내용은 기초자치단체장이다.

광역 자치단체장인 시·도지사 후보의 정당공천제에 대해서는 일부의 이론(異論)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 후보의 정당공천제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하겠다.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을 현행 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주로 기존양대정당의 입장)하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선거에 정당이 공식 관여해야할 이유로 첫째, 대중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국민을 정치적 행동통일체로 결집시키는 ‘중요계기’이므로 정당의 지방정치참여는 당연하다.

둘째, 지방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 조직화하는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 역할을 정당이 맡아야 한다.

셋째, 정당이 지방선거에 참여해야 정당의 뿌리가 지역에 내려 정당정치가 발전될 수 있다.

넷째, 지역 정치인 들의 정치적 교육과 훈련에 정당의 참여가 바람직하다.

다섯째, 행정기능은 전국적 이해관계사항(matters on national concern) 과 지역적 이해관계사항(matters on purely local concern) 의 확연한 구분이 어려우므로 중앙당의 지방자치관여는 불가피하다.

여섯째, 지방선거에 정당이 참여해야만 선거시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이 용이하고 의회의 과반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임기동안 치적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이상 찬성측의 의견은 ‘논리적 측면’면에서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지 않다 하겠으나 ‘한국정치 현실’에서의 정당의 기초단체장선거관여는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고 보아 정당공천제의 폐지가 옳다고 본다.

첫째, 민주적 운영이 아직도 요원하다고 보여지는 현 정당이 기초단체장선거에 공식 개입하면 중앙집권적 정당 성향에 영향받아 지방자치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기초단체장 협의회는 “기존 정당이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을 고집하는 이유는 당리 당략과 정치인의 개인적 이기주의를 충족하려는데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둘째, 지방자치(선거)에 중앙당이 관여함으로써 지역의 중요문제가 지역의 권익보호차원에서 처리되지 않고 중앙당 (특히 제왕적 총재)에 좌지우지 되는 폐단을 초래한다.

셋째, 중앙당이 기초자치선거에 참여, 특정 정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하면 집행기관과 의결기관간의 경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형식화’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다수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에는 격화되고 있는 중앙당간의 갈등이 지역에서도 재현되고 집행기관장과 지방의원들간의 기싸움, 자존심대결 양상이 심화됨으로써 지방자치를 혼탁스럽게 하고 일시적이지만 마비상태까지 빚고 있다 하겠다.

넷째, 정당의 기초자치선거 개입이 계속되면 정당간의 정권교체가 발생했을 경우 중앙 정치권의 격변·혼란이 지방에 까지 소용돌이칠 가능성이 농후, 그 폐해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다섯째, 정당을 참여시키면 지방선거가 전국선거의 축소판화하여 과열현상을 빚고 정당간의 대립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과격해질 수 있다.

여섯째, 영국·독일 등 선진국의 정당과는 달리 우리나라 정당들은 지방의 조직기반이 취약한데다 지방의 일선 당원들이 지역정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당을 지방정치에 참여시키는 것은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과 염증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고 하겠다.

일곱째,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는 경제적 폐해와 부정부패를 초래할 요인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당이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공천함에 따라 공천과정 등에서 막대한 자금이 동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와 관련한 부정부패 행태가 수반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시장·군수·구청장 선거의 정당개입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입장에서는 펄쩍뛰며 반대할 일이지만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에 끼치는 해악이 묵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이제 그 막을 내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관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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