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노란집>-남미연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2011년 1월. 올해로 벌써 3주기가 되었다. ‘나는 책으로 남는다’던 그녀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했던 많은 독자들은 짙고 깊은 그리움 속에 빠져버렸다.

독자들의 그리움이 깊어갈 무렵인 지난해 8월 박완서 작가의 맏딸이자 수필가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의 유작들을 모아 ‘노란집’을 출간하였다. 우연히도 이 책은 故 박완서의 82회 생일을 기리는 때에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어머니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이다. 돌아가신지 2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어머니의 뜰에는 살아 계실 때와 거의 똑같은 속도와 빛깔로 꽃이 피고 지고 있다. (중략) 나는 아직도 엄마를 부른다. 꽃이 피면 감탄사를 가장 먼저 전하고 싶어 엄마를 찾는다. 내 마음속 어린애는 아직도 엄마를 부르는데 나는 어느 틈에 할머니가 되어 있다. 손녀를 부르는 내 음성에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어머니의 소리가 배어있다. 엄마가 그랬듯이. (서문 중에서)”

박완서의 ‘노란집’은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노부부 이야기가 담긴 짧은 소설들을 포함하고 있다.

노년의 느긋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1장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2001~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했던 글들이다.

이밖에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며 삶에 대해 저버리지 않은 기대와 희망, 추억을 써내려간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일상의 피로를 잔잔하게 어루만지며 삶의 여유와 따스함을 전하는 일러스트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삶의 가장 긴 동안일 수도 있는 노년기에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라고 작가 박완서는 ‘노년’이라는 또 다른 한 생에 대해 말한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삶에서 소설이 나올 수는 없다고 하면서….

작가가 말하는 행복하게 사는 법은 지극히 소박한 데서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기보다 들꽃을 관찰하면서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기분 좋은 한해의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면, ‘노란집’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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