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가 끝난 뒤에…’라는 제목의 TV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 때 잘 나갔던 코미디들의 근황을 취재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대부분이 50∼60대가 된 그들의 근황을 보면서, 잘 나가던 사람들도 박수가 끝난 뒤에는 별 수 없이 사오정·오륙도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소위 1세대 코미디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세대교체의 냉엄함을 보았고, 한편으로는 인생무상을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은 잘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앞날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숨통 역할 했던 만담꾼들

‘○○○ 학당’처럼, 앞뒤가 맞지 않고 논리에 닿지도 않는 말재주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요즘의 개그맨들에 비하면, 그래도 이들 코미디 1세대 때에는 우리는 그들의 코미디극에서 교훈적인 해학(諧謔)이라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세대 차이인지는 몰라도 요즘의 코미디를 보면,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우습지 않은 데도 연출하는 코미디들이 제 행동에 제가 우습다고 깔깔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갈수록 천박해짐을 느낀다.

예전의 라디오 시대에는 소위 만담(漫談)이라는 것이 장안의 뭇 사람들을 즐겁게 했었고, 1세대 코미디언들이 활약하던 흑백 TV시절에는 그래도 당시의 숨막혔던 사회 분위기에서 이들이 숨통 역할을 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코미디가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요즘 들어 정치판이 오히려 코미디극을 따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정치판으로부터 코미디보다 더한 억지 웃음을 연일 강요당하고 있어서 보기가 무척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 동안 무슨 문짝들의 열병식처럼 수많은 게이트들로 연일 신문을 도배질 하더니만, 이젠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 측근 인사와 관련된 몰래 카메라 소동과 정치적 음모론이 일어나서 한바탕 세상을 흔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역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한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서 목하 전국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몰래 카메라나 그들에게 관련된 정치적 음모 의혹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이지 않고 불거지고 있는 집권층 중심부의 경박한 처신과 안일한 세상보기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소위 나랏일을 펼치는 것을 마치 평범한 서민들의 집안 살림살이하는 일 정도로 여기고 행동하는 듯한 집권층 일부 인사의 그 동안의 행적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다루기도 치자의 능력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는 처음이라서 그러려니, 의욕이 넘치지만 경험이 없어서 그러려니, 그래도 때가 묻지 않았으니 부정·부패와는 거리가 있으려니 했던 그 모든 기대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자꾸 벗겨지고 있다.

이제는 언제까지 그럴는지 두고 보자는 것이 요즘의 시중 여론이다.
강압을 하든 어르고 달래든 언론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도 소위 치자(治者)의 능력이라는데, 대통령은 측근들의 크고 작은 말썽에는 별 반응을 않고 계속 언론 탓만 하고 있다.

언론이 대통령과 그 측근을 음해하고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무대에서 박수가 끝나는 5년 뒤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여유롭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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