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투리에 ‘가∼가 가∼가?’라는 말이 있다. 이를 표준말로 하자면 ‘그 아이가 바로 그 아이냐?’ 아니면 ‘그 사람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냐?’라는 의미이다.

경상도 토박이라야 이 말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요즘의 사회상을 풍자할 때 잘 쓸 수 있는 말이다.
요즘 신문과 TV뉴스의 첫머리에 계속 오르내리는 여당 대선 자금 관련 뉴스를 두고, 소위 ‘굿모닝게이트’와 관련하여 이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처음에는 ‘나는 땡전 한푼도 안 받았다’ ‘누구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등 부인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혐의점이 하나 둘 드러나면,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받았다’ ‘영수증 처리를 했으므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고 버틴다.

서민의 어려움은 모두 외면

그러다가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구속영장이 떨어지면, 하나같이 검찰청 로비의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구치소로 가는 뒷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의 경우도 그런 수순으로 갈 조짐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입에서는 이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두고 ‘가∼가 가∼가?’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굿모닝시티 사기분양 사건’을 들여다보면, 피해자들의 절절한 사연에 말문이 막힌다.
어떤 사람은 노후를 위해 퇴직금을 몽땅 털어 투자했고, 어떤 사람은 40년 넘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해서 모은 돈을 투자했으며, 아내의 암 수술비를 빼서 마련한 돈으로 투자했던 영세상인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군대가서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보상금에 빚까지 얹어 투자했었고, 남편의 명퇴금을 남편 몰래 투자했던 사람도 있다.
굿모닝시티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평생을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이거나, 결코 사기를 당해서는 안 될 사연이 있는 돈으로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굿모닝시티 윤창렬 사장이 사기 쳐서 만든 그 돈이 정치권에 흘러들어 여당 대선 자금의 일부가 되었거나 일부 정치인들의 개인적 정치자금으로 또는 아이러니 하게도 학교의 발전기금으로 기부되었다는 소식을 두고, 지금 많은 국민들은 분노의 도를 넘어 허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세 서민들의 피땀이 밴 재산을 사기 쳐서 조성한 돈을 받고도, 지금 정치권은 정치적 상처만 입지 않으려고 서로 공 던지기만 하고 있다.

소위 여당 대표라는 사람의 말 바꾸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에겐 정치적 생명만이 관심이 될 뿐, 사기를 당한 영세 서민들의 절절한 사연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들이 우선 해야할 일은, 굿모닝 시티의 윤씨로부터 받은 돈이 정치후원금으로든 로비자금으로든 어떤 명목으로 받았든 그 돈이 서민들의 피눈물로 이루어진 돈임을 알고 즉시 피해자들을 위하여 전액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교 등에 기부된 발전기금이라는 것도 윤씨로부터 기부된 것이라면 반드시 피해자들에게 돌려주어야 옳다. 아직도 수사 중에 있지만, 국민들의 입에서 이번 일로 ‘가∼가 가∼가?’라는 말을 들을 정치인들이 여럿 나올 게 분명하다.

국민 분노 삭일 대책 세워야

그런 소릴 듣기 전에 윤씨한테서 받은 돈을 스스로 되돌려주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은 의미의‘가∼가 가∼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사실을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라도 해야 비등하는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원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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