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성과 스릴이 있고 어느 정도는 개인의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으며 사행심까지 자극하여 결국 중독에 이르게 되는 정서적 질병이 도박이다.
도박중독에 의한 폐해는 어느 질병보다도 심각한데 가정파괴, 재정파탄은 물론 법적인 제재가 따르기도 하고 정신착란에 이르다가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있으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서운 병이 도박중독증인 것이다.

국민체육공단이 용역 의뢰한 ‘병적 도박 실태조사 및 치료프로그램’에 따르면 국내 성인인구의 9.3%인 3백만 명이 도박중독자이며 도박으로 인한 생산성저하와 범죄 등 사회적 손실은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온 나라가 도박공화국 될 판

우리 나라 성인 열 명중의 한 명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다니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도박중독은 이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하겠다.

2002년 우리 나라 도박산업의 총 매출은 14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이처럼 도박산업의 수익성이 높다 보니 도박문화의 청산과 도박피해자를 위한 사회구제 프로그램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확대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도박장 유치 경쟁에 뛰어 들고 있고 정부까지도 카지노시설이나 다름없는 호텔 내 전자게임장의 허가를 위해 관광진흥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지탄을 받고 있다.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로또 등 도박 산업이 무분별하게 확산되어 있고 국내 도박장의 수가 무려 51개에 달한다는데 그도 모자라 경북 청도에서는 민속놀이였던 소싸움을 내기를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입법화했다.
타 지자체 역시 개경주인 ‘경견’과 닭싸움인 ‘투계’등을 도박사업화 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하니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온 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 도박산업의 실태인 것 같다.

오는 10월에는 부산에 경륜장이 새로 생기고 2005년에는 과천경마장과 별도의 경마장이 새로 문을 연다는 발표를 들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도박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3,4년 이내에 합법적인 도박장만 80개를 넘어설 전망이라니 국민을 도박으로 파산시켜 얻은 수입으로 국민복지를 실현하려는 듯한 이상한 국가경영의 논리가 한여름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한다.

삼국사기의 백제기에 보면 백제의 개로 왕 때 고구려의 간첩 승 도림이 개로 왕과 바둑을 두어 국사를 돌보지 않게 한 후 백제를 망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의 야사 집 대동야승에도 ‘바둑, 장기, 쌍륙 등은 잡기에 속한다. 이런 유희는 모두 소일하기 위한 것이나 어떤 자는 너무 즐겨 의지를 상실하는 자도 있고 혹은 도박을 하여 재산을 손해 보는 자도 있었다’ 고 도박을 경계하는 말을 남겼으니 도박은 그 역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사회의 두통거리였던 것 같다.
한탕주의와 도박중독이 성인문화에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들까지 도박에 물들고 있는 기막힌 일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린이도박 몰입은 막아야

몇 년 전부터 어린이의 코 묻은 돈을 노리는 게임기가 학교 앞 문방구 등에 버젓이 설치되어 동심을 유혹하고 있는데 이런 게임기들은 모두 불법이지만 단속 주체가 모호해서 단속의 손이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 카지노의 룰렛게임 등을 모방한 미니 도박 게임기에 동심이 멍들고 있지만 게임기의허가를 맡고 있는 영상 물 등급위원회 쪽은 일반 청소년 오락실에 사용되는 게임기 등과 함께 등급허가를 내기 때문에 학교 앞 게임기에 대한 별도통계는 없다는 입장이고 게임기에 부착하게 돼 있는 허가필증 조차 업체들이 등급승인 뒤 각자 만들어 붙이게 되어 있어 불법게임기의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니 답답한 일이다.

성인도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자신의 의지로 조절이 힘든 것이 도박이다. 그런데 어른들의 파렴치한 상술과 단속책수립을 미루는 행정기관의 수수방관으로 인하여 나라의 어린 싹들이 도박에 물들고 있으니 이것도 국가의 장래를 위한 조기교육의 일환인가 당국에 묻고 싶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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