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각 지역마다 지역고유의 특색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 그 예로 서울시는 2만불 시대로 가는 첫 신호로서 청계천 복원사업에 착수하였다. 이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으로서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큰 뜻이 담겨있다.

그 동안 한국이 50년대를 기점으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청계천 고가도로는 그 사회의 한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산업사회는 정보화 사회로 변모하게 되었고 이러한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문화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그래서 문화산업을 육성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청주의 정체성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가로수 터널 길을 잘 살려야

조치원에서 청주로 들어오는 진입로의 가로수 터널은 1953년에 플라타너스 1천 600그루를 심어 기른 것인데 이제는 전국 제일의 거리 숲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로수길이 지금은 교통량의 증가로 인하여 도로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자연훼손을 우려하여 반대하고 있다. 여기서 지방단체와 환경단체가 다 같이 유념하여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로, 지방자치단체가 가로수 터널 길을 크게 훼손하지 말고 개발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청주의 명물 가로수터널을 어떻게 관리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영국 런던의 지하철을 참고하라 권고하고 싶다. 런던에서는 100년이 지난 지하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 지하철은 현대식 지하철보다 불편하기도 하고 설비도 오래되어 낡았지만 그들은 이 지하철을 없애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서 현대식 지하철을 신축하고 100년 전 지하철과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지 알 수가 있다. 런던의 하이드 공원에는 고목들이 무성하여 고도로서의 엄숙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산업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이유만으로 50년이 넘도록 잘 자라고 있는 수려한 나무들을 훼손하려 한다면 후진국의 구시대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도로확장보다는 런던의 지하철의 경우와 같이 일단 가로수터널을 보존하면서 교통혼잡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의 전환이 아쉽다.

둘째로, 환경단체도 지역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문제를 인식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착수한 청계천 복원사업은 환경친화적인 입장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문화사업의 일환으로서 고수익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존, 개발 조화 도모하기를

따라서 가로수 터널 길 개발문제를 놓고 다투느라 청주시가 2만불 시대로 가는 발목을 잡아 수익의 감소를 가져다온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고수익창출의 효과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이나,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상당산성과 같은 것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의 한 구석 골목에 서 있는 자그마한 소년의 동상인 ‘오줌누는 소년’이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알려져 연중 계절마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1백여 가지의 옷들을 보내오는가 하면, 덴마크의 조그마하고 한적한 해변에 놓인 ‘인어 아가씨’의 동상을 보기 위하여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적으로 거창한 것에만 눈을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청주의 가로수 터널 길을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는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옛것을 보존하면서 수익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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