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으로 다가온 16대 대선은 한치 앞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선거 막판에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쏟아내는 말과 공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가려내기조차 버겁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마치‘미로(迷路)속의 진실게임’처럼 혼돈 상황의 연속, 국민들을 불안케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지난 주말 ‘안정-불안’ 대 ‘전쟁-평화’를 주장하며 대선 종반 2대 쟁점인 ‘북 핵’과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막판 대세 잡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내 말이 진실이고 타 후보의 말은 거짓이며 위선이라는 말로 일관, 유권자들은 정말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게다가 신문·방송의 특정후보지지는 노골적이고 사생결단(死生決斷)식이어서 유권자들이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택하는데는 한마디로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고 있다.
20여일 전 만해도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우위를 점한 채 압도적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했으나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로 예측불허의‘백병전’을 치르고 있다.
또 정부와 미국의 어설픈 대처로 여중생 추모열기(부시 미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과)가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북한의 ‘핵 동결 해제’ 선언은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과 함께 선거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 후보지지를 선언한 자민련 이인제 권한대행과 민주당 노 후보와 선거공조에 나선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간의 조연(助演)들의 대리전도 그 파괴력과 충청권 표심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 대선은 막판 최대 변수인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공방은 “임기내 정부청사 착공 등 가시적인 조치를 완료하겠다”는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발표가 이-노 후보간의 최대 쟁점의 도화선이 됐다. 한나라당은 즉각 “빌 공(空)자 공약”이라고 반박한데 이어 중앙선대위회의와 이 후보의 유세, 신문광고 등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거론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충청·수도권 유권자들의 이해와 직결되고 국가적 대사란 점에서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번 대선의 막판 기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방균형 발전과 쾌적한 수도권을 기치로 내세우며 행정수도 이전이란 그랜드 플랜을 선점,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대선 요충지인 충청권의 표심을 확보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 총재권한대행을 비롯한 자민련 의원들의 친(親) 한나라당 분위기에도 불구, 충청권에서 노 후보가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견인차가 된 반면, 한나라당은 후보등록 직전에 이뤄진 후보단일화에 따른 단풍(單風)과 새 정치의 바람을 타고 있는 노 후보에 제동을 걸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이 후보에게 결정적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수도권 공동화와 집 값 폭등, 막대한 이전 비용 등을 거론하며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켜 수도권과 충청권의 부동 층을 확대하는 수확을 거뒀고 40대와 여성들의 ‘안정심리’를 자극하는데 성공, 수도권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미국의 워싱턴 때문에 뉴욕이 망하지 않았고 세계에서 행정수도 건설로 집값·땅값이 떨어진 전례가 없다”며 한나라당의 비판을 ‘무책임한 공세’로 일축하고 이 후보가 지난 97년 대전·충남지역에 제2의 행정수도 건설을 약속했었다는 이 후보의 과거 발언까지 들추어가며 맞받아 치고 있다.
대선 막판 행정수도 이전의 허구성을 파헤치려는 한나라당과 당위성을 전파하려는 민주당간의 논리 및 홍보전은 단순히 창과 방패로만 볼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후보 검증의 잣대로 삼았으면 좋을 듯 싶다.

이번 대선은 후보 등록 전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앞선 반면, 당선가능성에서는 이 후보가 앞선 것이 특징이다. 여론조사는 어떤 인물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말로 대답하는 것과 실제로 투표하는 것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투표심리적인 측면에서 본심과의 허실(虛實)을 가려보면 구두(口頭)회답과 생리(生理)회답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노 후보는 (행정수도이전문제가 대세를 가르겠지만)충청권에서 서로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충청도 유권자(전체 유권자의 10%)마음속 감정의 틀에 어떻게 후보의 인간 이미지를 들어맞추느냐가 이번선거의 당락의 관건이다. 그래서‘충청권 표심’의 향방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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