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및 시간강사 등 전국 비정규직 교사 443명은 지난 22일 ‘443인 전국 비정규직 교사선언’을 발표,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요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과 임금수준이 문제이지만 사실 시간 강사들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시간 당 2∼3만원의 임금에다 고용계약이 한 학기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기말이면 다음 학기 강의를 맡을 수 있을 지가 불안하다. 그리고 일년에 방학 4개월씩은 일을 할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학력은 가장 높은 집단이다

시간 강사들은 한국 대학 교육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용잡급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 전국 4년제 대학의 시간강사는 4만4천646명으로 전체 대학강의의 38.4%를 담당하고 있고 이 가운데 박사학위를 가진 ‘전업 시간강사’는 9천197명으로 20.6%로 추산하고 있다. 2년제 대학까지 포함할 경우 더 높은 비율의 시간강사들이 강의를 전담하고 있다.
그 동안 강사들을 위한 처우개선이 미흡했던 이유는 시간강사를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자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조사결과는 이러한 허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조사된 인원 가운데 40세 이상 강사들의 비율이 46.1%에 달했다.
상당수의 대학에서 신임교수 지원자격을 4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절반 가까운 인원들이 이미 교수의 꿈을 접고 강사를 전업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 수입은 연 평균 859만원이었다. 전체 수입은 1천31만원이었다. 결국 강사료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부업에 나서고 있지만 월 소득 100만원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강사들은 이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물론 아니다. 재산이 넉넉한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지 않으면 결코 시간강사를 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우러러보는 ‘교육자’이면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결코 자립할 수 없는 온전치 않은 직업인 것이다. 학자는 돈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까.
대학 시간강사들의 불안한 지위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전국대학강사협의회를 결성하고 지회를 만들어, 상황설명에 강사료 인상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선두에 섰던 이들은 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다.
이들의 문제제기, 권리주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물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해마다 대학교육여건을 조사하여 발표하니까, 강사들의 형편없는 강사료, 47%에 이르는 대학의 높은 강사 의존도는 공개는 된다. 문제는 다들 남의 일로 지나치고 전문대를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가 발표되면 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시간강사 대부분의 희망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하나씩 생기는 교수 자리에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고 있는 것은 귀중한 젊음과 지식의 낭비이다.
교육 당국이나 대학들의 교수 확충, 처우개선 노력과 함께 대학밖에도 고급 인력이 폭넓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27일 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균등대우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실태를 파악해 불합리한 차별이나 남용 등에 대한 정상화대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최근 기획예산처와 공동으로 정부 부처와 산하 단체 등 200 여 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규모, 근로조건, 임금 등의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결과가 나오는 5월 중순께부터 각 부처별로 정상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대학 교육의 반을 담당하는 시간강사들이 극도의 생계 불안, 고용불안으로 시달릴 때 고등교육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의 질은 지역발전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우리 지역에도 많은 대학이 있다.
각 대학이 안고 있는 이런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기구 마련이 시급하다.
빠른 시일 내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되어 양질의 대학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