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유행에 민감한 것은 시대감각을 빨리 깨우치는 것으로 이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비적인 유행에 빠져들어 자신의 앞가림을 못하고 가정의 평화가 깨어지는 것을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고가품이 돼야 하고 흔치않은 외제가 돼야만 품위가 유지된다는 사고방식은 혼자만의 불행에 앞서 사회에도 엄청난 경제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수입된 의류의 대부분이 그 섬세함에서 우리 것을 따를 수 없고 촉감이나 질적인 면에서도 우리의 의류제품은 세계시장에서도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겠지만 집안에서 천대받는 자식이 밖에서 좋은 대우 받을 수 없듯이 우리 것을 천시하고 외제를 선호하는 소비풍토가 하루 빨리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늘의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의 당면현실은 무엇보다 절약하는 것밖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우리에게는 두 쪽으로 갈라진 남과 북의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야 하는 통일 이라는 대과업이 눈앞에 당도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통일이 된다는 그 자체는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소원이겠지만 통일이 되고 난 뒤의 심각한 경제난은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처럼 흥청망청 과소비에 길들여져 오늘을 위해 즐기고 보자는 생활방식이 만연된다면 우리의 소원이던 갈라진 동족(同族)이 합해지는 날 우리에게는 처참한 전쟁의 비극에 못지않은 경제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갈망하던 남북통일의 후유증은 가난의 고통에서 또 다시 이산가족의 북받치는 설움을 재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머지않아 다가올 남북통일이라는 숙원사업이 댓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앞뒤 없는 과소비는 없어져야 하고 외제선호 현상이 개선돼야 한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우수한 제품이 얼마든지 있지만 꼭 외제를 고집하는 소비심리는 이해 할 수 없고 이러한 우리의 외제 선호심리를 이용해 수입된 유명 상표의 넥타이가 몇십만원을 들먹거리고 여성들의 일회용스타킹도 몇 만원짜리가 있다고 하니 이런것을 보고 듣게 되면 보통사람들은 돈에 감각이 없어진다.

이러한 우리의 과시적인 소비행위가 사회를 병들에 하고 국가 경제를 좀먹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반성하면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혼자가 아닌 국가적인 측면에서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보다 많은 투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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