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사는 것 같다는 사람과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사람의 인생의 차이는 무엇일까. 삶의 조건이 무엇이냐에 따라 구별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주관적 만족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닐 지 모르겠다.
많은 현대인은 삶의 조건, 그 객관적 지표를 육체적 안정과 물질적 풍요, 그리고 사회적 지배력에 두고 그 끝없는 소유를 행복의 파랑새로 여겨 찾아 나선다.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그저 조건만을 쟁취하려 드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소유욕, 과다경쟁, 타인파괴 등 일그러진 삶의 모습을 띤 채, 마구 달음박질하는 의미도 모르는 채, 자칫 위태롭게 무한 질주하는 열차처럼 되기도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삶 그 자체의 맛을 잃어버리고 만 사람들이 있다. ‘행복의 불감증’증후들…. 행복조건에 급급하다보니 사는 느낌, 보람,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제 한번쯤 거친 숨을 고르며 왜 달려왔는지 이유나 한번 생각하면 어떨까.
잃어버린 삶의 맛을 찾고 행복의 만족감을 새롭게 느끼려면 가장 가까이 있는 가정이라는 파랑새를 발견해야 한다. 가정은 쟁취가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는 마음의 쉼터이다. 마음으로 다가갈 때 가정행복의 파랑새는 거기 서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조건들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는 맛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따사로운 바람결에 산천초목의 여린 빛깔 푸르름이 본래 가정의 모습이다. 가족간의 보금자리, 아내로 인해 더욱 흡족해 하는 남편, 남편이 곁에 있음에 행복해 하는 아내, 자녀와 더불어 뿌듯해 하는 부모, 부모 때문에 안정감을 느끼며 사는 자녀, 네가 있어 내가 있고,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어떠할까.
사는 것은 내가 살지만 ‘그대 있음’에 파랑새가 있고 삶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푸근한 둥지. ‘가정’
가족구성원 서로간에 관계성이 잘 유지되고 훈기있게 대면적 공동체성을 일궈내는 곳, 그 가정의 모습이 그리운 시절이야기로 된 것이 마냥 안타깝다. 폭력가정, 이혼공화국, 고아수출선진국, 가정해체, 노부모 유기 현상 등등….
부인키 어려운 가정 내 관계성의 단절과 훼손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돌리기엔 너무나도 울적한 이 사회의 자화상이다.
잃어버린 세계, 유토피아를 회복해야 한다. 혁명가를 꿈꾸지 말고 가정을 일으켜야 한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은 국가라는 공동체 삶의 거대제도를 만들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원천적 공동체인 가정의 건강성을 추구하는데 있다.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마음을 둘 곳은 어디인가. 아무리 찾아도 자기인생 만족감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가정이다.
개인도 직장도 그리고 국가도 가정이란 사회적 단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가정을 이야기하면 큰 인물이 못되는 양 개인의 사는 이야기를 대화에서 빼려하지 말자. 이기성 있는 집단논리 앞에 과감히 가정을 희생하는 것을 대의로 삼지 않는 집단윤리를 주장하자.
국가는 가정의 총합이다. 국가의 보이는 손의 역할은 가정을 품는 사회정책으로 구체화하자.
세계를 얻고 가정을 잃으면 그 삶에 무슨 유익이 있을까. 한참 달리다 어디를 달리는지 모른다면 달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재물과 명예 등 객관적인 수치와 조건을 구비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자.
그건 자신이 향유하는 삶이 아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배우에 불과하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그 답은 가정에서 나온다. 자기행복의 첫 느낌은 최근거리 관계에서 창출된다.
살다보면 가정인들 풍랑이 없을 순 없다. 가정도 사회이다. 화목함도 있고 갈등도 있다. 즐거움도 있고 슬픔도 있다. 그러나 가정 안에서 모든 것은 다 사랑이다.
손가락은 각기 생긴 모습과 크기가 달라도 다 존재하기에 정상적 손의 기능과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갈등이 있다해서 외면하고, 괴로움이 있다해서 헤어지기만 하는 삶은 인생의 악순환일 뿐이다. 가족간의 인내와 기다림은 또 다른 삶의 기회이며 희망이다.

가정행복의 사는 맛을 누리기 위해 서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습관적인 만남이 아니라 가족사랑의 기술도 필요하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한줄기 빗물 같은 사랑의 마음씀을 가져보면 어떠할까.
너무 가까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가족들. 가족에게 조건 없이 다가서면 마음 문은 그저 넉넉하기만 하다. 서로간에 마음을 헤아리면 서로 위로 받을 것이다. 각자 ‘타인의 방’에서 사는 듯한 현대가족에게 서로에게 마음주기 연습은 그만큼 필요하다.
사람 사는 맛과 행복의 파랑새 발견은 가족의 품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5월 가정의 달은 마냥 아름답기만 하다.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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