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1회째 맞는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날은 1956년 국무회의에서 처음 어머니날로 제정되었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1914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버이의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은 넓고 드높다못해 맹목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나라에도 엄연히 어머니날이 있었다. 동짓날이 바로 그 날이다. 이 날 자녀들은 그 날로 시들어버리는 꽃 한송이를 어머니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라 버선 한 켤레를 정성스럽게 지어 바쳤었다.

이를 ‘동지 헌말’이라고 하는데 그 버선을 신으시고 이 날부터 길어지는 햇살을 즈려 밟으시고 그처럼 길게 오래 사시라는 장수 기원이 담긴 어머니날 선물이다.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고 오랜만에 만난 자녀들과 손자들 틈 속에서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시다. 참 행복해 보인다. 비싼 선물과 좋은 음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자녀들과 가까이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신다.
그러나 이런 상황과는 다르게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 해체 현상이 맞물려 진행되면서 자식과 떨어져 사는 ‘외로운 노인’이 우리나라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사회에 만연하는 위기 상황은 여러 종류를 들 수 있으나 가족의 해체, 버려진 자식, 버려진 부모 등 가족윤리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이 더 외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노인) 중 자식과 떨어져 사는 노인의 비율이 44.9%를 차지한다. 부부와 형제끼리 사는 노인이 28.7%이고, 혼자 사는 노인이 16.2%로 나타났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노인은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늘었다. 1990년 이들의 비중은 25.8% 이었으나 1995년 36.5%로 늘어난 뒤 5년 뒤인 2000년에는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노인 한 명이 홀로 사는 완전 독거노인의 비중도 1990년 8.9%에서 95년 13.2%, 2001년 16.2%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들의 경제력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 중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돈을 버는 일을 해 본 사람은 전체 노인의 25%에 불과했다. 때문에 전체 노인의 67.4%가 생활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지원 받아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명의 무의탁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는 사랑의 쉼터는 3년 전 문을 열었다. 노인들은 가정에서 버림받거나, 혼자 살다가 더 이상 기력이 없어 성당 등의 소개로 이곳에 왔다. 대부분 80이 넘은 노구에 치매 증세까지 보여 어린애 돌보듯 해야 한다. 장례도 이 쉼터를 운영하는 김씨 부부의 몫이다. 지금까지 8명의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분들은 현대판 고려장의 희생자들이세요. 하루는 50대 부부가 와서 불쌍한 분이라며 할머니를 맡겨두고 갔어요. 알고 보니 그 부부는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였어요.”
몇 해전에는 미국 캔자스주 올레이서 버려진 채 발견돼 ‘해외 고려장’ 파문을 일으켰던 한국 노인이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이국 땅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장장호(66)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노인은 올레이 사회보장국 사무실 주변에서 ‘잘 보살펴달라’는 쪽지가 든 가방을 소지하고 발견돼, 그동안 캔자스시티 소재 오크우드 매너 요양소 알츠하이머환자 병동에서 생활 해 왔다. 요양소 측 관계자는 “그동안 노인 가족을 찾기 위해 애썼으나 치매 증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가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간생활에 있어서 기초단위로서 가정, 가족이 해체되거나 균열로 파괴되는 한계상황에 이른 느낌이 든다.

그러나 비록 성공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힘들게 살아온 평범한 아버지, 어머니의 삶은 소중하다.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어찌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젊음은 영원히 유지될 수 없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들의 위치에 와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상전 모시듯 키우고 있는 자녀들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우리가 부모님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는가.
이제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후에야 조금이나마 어버이 마음을 알수 있을 것 같다.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