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린이날’을 보낸 감회가 크다.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선물을 사주고,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어 주며, 큰사랑을 베풀어주는 등 해주어야 할 일이 많고. 해 주고 싶은 내용도 큰 게 사실이다.
모두들 그 실현을 위해 가정에서, 유원지에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언론매체를 통하여 감동적으로 소개되었다. 매우 행복해 활짝 웃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관심을 갖고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될 소외되고 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별로 크게 소개되지 않고 있었다.
좋은 것을 더 좋게 가꾸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진정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될 부당과 모순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한층 필요한 시점으로 느껴진다.

그 중의 한 분야가 심각한 ‘아동 학대’의 문제이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고 가정의 붕괴현상이 늘면서 부모에게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학대받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 역경에 처한 많은 수의 아동들이 대부분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가정이 파괴되는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학업의 중도 포기는 물론 가출 어린이들까지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 크게 하고 있다.
한 아동학대예방센터의 발표에 의하면 A양(9살)은 알콜 중독 증상이 있는 아버지(37세)에게 더 어려서부터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아 어깨, 등 허벅지에 멍 자국이 난 채 발견되었다. 다른 한 자매 B양(12살) C양(14살)은 수년 전부터 양아버지(45세)로부터 상습폭행을 당해 가출, 고아원 등을 전전하는 처지인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어린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갖가지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가 관련기관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상당수에 이르러 아동학대 하면 당연히 계부 계모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알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아동학대는 경제난의 심화와 실직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경제적, 사회적으로 무력해진 부모가 자식에게 화풀이를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보고는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에는 열등컴프랙스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자살을 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보고쯤은 복에 겨운 넋두리가 아닐지 모르겠다.
몸집에 비해 정신력이 나약하기 그지없어 걱정이라는 부모의 우려나 참을성이 없어 미래를 우려하는 모습도 여유가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동학대문제 전문가들은 아동폭력과 청소년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경기불황과 부모와 자녀간 대화의 단절,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사회적인 무관심 등으로 보며, “자녀들의 의식, 심리 변화를 부모가 인식하지 못하는 만큼 세대차이를 극복하여 자녀를 이해하려는 부모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새겨 들음직하다 할 것이다.
이어서 한 전문가는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보이는 많은 가정에서도 실제로는 언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문제점을 내포한 가정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살기 바쁘다는 일반적 소홀이 부르는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이런 어린이의 문제는 이내 중고등학교 학생, 청소년의 문제로 이어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는 중고등학교 학생이 크게 늘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여서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웬만한 사고나 통계는 아예 발표조차 꺼리는 실정이라는 보고도 있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쉽게 이혼을 결정하여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가 많은 게 아동이나 청소년 문제 야기의 원인임을 보면 역시 가정의 복원이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당국의 이 부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는 연대의식이 긴요하다.
내 아이만 끔찍이 알고, 버릇없이 길러 이기심을 키우고 공동체의식이 희박한 사람으로 자라는 현실에 대한 개탄도 중요하지만 그늘진 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엄청난 문제점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긴요한 때이다.
“고아보다 더 불쌍한 아이들은 부모가 있는데도 방치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라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한국 사회의 복지화는 공염불”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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