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폐막한 2002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대성공을 거둔 행사였다는 자평이 쏟아졌다. 관변단체들은 한술 더 떠 ‘포스트엑스포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신중을 기한다는 의미에서 과연 국제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성공작이었는지 돌아 보고, 포스트엑스포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이지를 냉정히 따져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만족감에 도취하거나 선정적 홍보활동에 현혹되어 문제에 대한 본질 파악의 실패로 인해 거듭 더 큰 정책적 실패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손실은 실로 어마 어마하게 클 수 있으나 늘 그렇듯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비합리적 정책결정의 과오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당기간 충청북도나 유관기관 공무원들이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쏟은 노력과 정력에 아낌없는 경의를 표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정책결정이 어렵듯이 사후 평가도 그리 간단하게 아니어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정확한 정책평가야 말로 이어지는 정책결정의 주요 정보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되 돌아 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선 일정 기준이나 정답이 없는 관람자 수로 도민이 현혹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주최측이 성공을 주장하는 대전제 관람자수 45만명 목표에 85만 명이 관람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목표 자체가 너무 낮게, 주최측에 의하여 책정된 것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실패에 대비하여 세운 면책용 숫자라고 볼 수 있다. 청주시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시 바이오엑스포 경비 230억 원의 5분의 1 내지 그 이하인 경우도 관람인원을 최소 20만 명 정도로 잡아 왔다. 비용측면에서만 봐도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관람 적정 목표인원은 80만 내지 100만 명이어야 했던 것이다.

다음, 대성공으로 과장하지 않는다면 부산아시안게임과 같은 시기에 행사를 치르느라 고생하는 주체 측에 연민의 정이 가고 함께 고심하여야 할 일이어서 도민이나 학생이라도 동원하여 썰렁함을 면하고 체면을 세워야 할 처지를 백 번 이해한다. 그러나 이게 대성공이라는 주장은 일방적 설정에 이은 일방적 자평일 뿐이다. 방어적 회피의 한 단면인 것이다.

나아가서, 핵심 중 하나는 주제가 ‘국제’인 만큼 외국인 참여자 수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여 초청한 인사나 일반적 경우도 참가하는 몇몇 기업 외에 특기할만한 성공 평가 요인을 발견할 수 없다.

국제행사를 국내 동원인원 숫자로 호도하는 꼴이다. 그런가하면, 모든 행사나 정책은 중요한 평가의 한 항목으로 비용-편익분석을 한다. 들인 돈에 비하여 거둔 성과가 무엇이냐는 문제이다. 이원종지사도 한 인터뷰에서 ‘돈’보다 ‘국민 교육의 장’ 성과가 큰 보람이라고 하였다.

지방재정이 궁핍한 상황에서 국고지원 등 200여억원이 투입되어 추상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말이다. 행정의 경영화 측면에서는 결코 과장할 일이 아니다. 경영마인드를 갖고는 치를 수 없고 공직자만 치를 수 있는 행사다.

충청북도는 또 바이오에 관한 한 이번 행사로 경쟁자가 없이 독자적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만도 부산, 대전, 대구 등 선진 도시가 많다. 빈터에서 행사 하나 치르고 모든 것을 이룬 듯 거둘 성과도 과대 포장하는 느낌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에 충청북도는 장기 목표를 두고 이런 행사를 치르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과제여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계속 노력하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취하는 게 옳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책결정 시 대안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고, 졸속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손실을 가중시키거나 많은 사람들이 일에 매달리게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면서도 계속 되풀이되는 폐해인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내재하는 문제에 대한 징후, 즉 상징적 의미와 본질적인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징후, 곁다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문제의 본질 파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주요 성공 내용과 요인이 무엇인지에 실패를 하여도 매우 부적절한 정책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능력을 갖춘 단체장이라 할지라도 돌다리를 두드리며 광범한 의견을 수렴하는 가운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한가지 충청북도 당국자에게 충고하고자 하는 바는 ‘침묵하는 다수 도민’이 지금 주최측의 ‘자기자랑’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이다. 도민의 의식수준은 이미 그 이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바로 알아야 한다.

충청북도는 겸허하게 국제바이오엑스포 행사 성공 과대포장 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번 행사의 미비점, 부족점을 참고삼아 기반을 닦아 나가겠다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잘못된 평가를 기초로 정책을 수립하면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바로 알아 ‘포스트바이오’에 대처하기 바란다.

(청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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