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언제나 국민들은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마다 큰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지난날과는 다른 큰 일을 해낼 것을 주문하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는 새 대통령에게 그가 선거운동 기간 중 공약으로 내건 약속들을 철저히 지켜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획기적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회고해 보면,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당선만 되고 나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행정수반으로서 챙겨야 할 행정의 핵심 절차나 과정에 대해서는 무감각하였고, 오히려 정치적인 상징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래서 임기 중에 아니면 퇴임을 하고 난 후의 평가에서 실망을 금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역대 대통령들이 보였던 몇 가지 특징을 회고하며 이번 대통령은 그야말로 지난날 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책관리 스타일을 보일 것을 기대한다.
하태권 교수의 평에 의하면, “지난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대통령들은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 줬으나 정책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및 평가 결과의 환류(feed back)를 통한 시정조치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 노태우 대통령은 이들과 달리 정책의 입안을 위한 여론수렴이나 잘못된 정책의 시정에는 적극적이었으나 정책의 결정 및 추진과정에서는 매우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돼 앞의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관리스타일을 가졌단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책 단계별로도 역대 각 대통령들이 차이를 보였는데 정책입안단계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이 가장 여론수렴을 잘 하였고, 반면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는 여론 수렴 면에서 가장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또한 정책결정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성공적이었고, 노태우 대통령이 가장 취약하였으며, 정책의 집행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일관성이 있었나 하면 노태우 대통령이 제일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실패에 대한 시정조치 면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이 우수하였고 전두환 대통령이 가장 취약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눈여겨봄직하다.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국민의 추앙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 원인을 보면, 우선 모든 문제를 정책을 통해 실현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간 어떤 대통령도 장기적이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에 헌신하려 하기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임시방편적 정책에 집착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 역점주어 추진하는 정책의 동기를 의심받는 경우가 허다해 집행과정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정책의 집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점이다. 단지 정치적 의미나 상징적 효과가 큰 소수의 정책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집행 결과가 어떠한가에 무관심했던 것이다. 단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나 80년대 전두환 대통령이 자신이 지시한 사항에 대한 결과를 챙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바람직했던 예외로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정부가 하여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두었으나 ‘정부가 하고 잇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회고이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평가하는데 관심을 갖기보다는 민감한 정치적 현실문제에 매달려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결론인 셈이다.
현재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른 면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들에 비하여 월등 우수한 점을 열거하기가 어렵고 적어도 완전히 성공한 대통령으로 추앙 받기는 어렵잖겠느냐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모두가 행정 수반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할 행정의 핵심 절차나 과정에 대해서는 무감각하였고, 반대로 정치적인 상징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어왔다는 점이 반성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별 다른 변화를 발견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는 자탄을 가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적어도 새 대통령은 이런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보였던 부족점 혹은 타성을 말끔히 씻고 성숙하고도 세련된 모습으로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헌신 봉사하는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추앙하는 위인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크다.
개인이 그렇듯 대통령도 완성된 인물이나 인격이 아니고 계속 완성을 향하여 만들어져 가고 있는 과정이라 볼 때 어떤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함께 국민이 협력하고 가꾸어 가는 과정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결과라 볼 수도 있다.
새 시대, 새 세기에 걸 맞는 새 대통령의 통치 능력의 발휘로 밝은 미래가 개막되기를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이기에 최소한 몇 번이고 다짐한 공약들만이라도 철저히 지키는 새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청주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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