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통령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각 후보들이 막바지 득표전략 수립과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충북을 방문 취약지구, 취약층에 대한 득표 공세를 강화하는 등 충북민심 끌어안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열띤 선거전 속에 충북권의 대선 분위기는 예전 같지가 않은 듯하다. 한마디로 차분하다.

지난 15대 대선에 이어 자민련이 후보를 내지 않은 데다 지난 대선 당시의 DJP 공조와 달리 적극적인 개입할 수 있는 여건조차 갖추지 못해 이번 대선에서 최대 승부처로 평가받는 충청권치고는 지나치리 만큼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랭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냉랭한 양상 속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지역 대선 판세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 단일화 효과로 노 후보 지지도가 상승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며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을 보여온 지역 정서 상 충북에서의 우위를 장담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15대 대선 당시 ‘충청권의 대선’인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지지를 등에 업긴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이 후보를 눌렸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충북 역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노 후보 대세론에 편입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양당간의 분석 제시론 밑바탕에는 그동안의 충북도민들의 투표성향에 근거한 것이라 분석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투표성향은 투표행위의 결정체이다. 투표행위는 권력의 생산과 재생산과 관련된다. 한국의 투표 행위는 지역주의와 지역 정체성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권력의 생산과 재생산은 지역주의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 이 부문관련 학자들의 주장이다.
충청인들은 ‘반사적 지역주의’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비교적 약하다는 것이 정계의 중론이다.
한국선거연구원이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수도권 거주자들의 출신지별 투표성향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를 가늠케 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호남 출신은 국민회의에, 영남 출신은 신한국당에 각각 62.7%와 62.2%가 투표했는데 비해 충청도 출신자들은 오히려 여당인 신한국당에 32.3%를 투표, 출신지 지역 정당보다도 더 많이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충청도 출신자들이 상대적으로 영호남 출신자들보다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을 적게 표출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충북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충북 사람들은 자기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잘 토로하지 않고, 자기 의사를 공공연하게 표현해 집단을 만들거나 파당을 형성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결국 충북 사람들이 지역주의라는 담론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도록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김영삼이 정권 창출에 기여한 당 대표인 김종필을 쫓아내는 것을 보고 충북 사람들이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 것을 계기로 김종필이 이끄는 자민련이 충북에서 부활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제도화시킬 수 있는 이념과 전략을 갖지 못하고 권력 향유에 만족했다.
정당이 유권자를 동원하기 위해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함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 이는 곧 표심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충북인들은 자민련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로는 민주당을 1위로, 당선자 비율로는 한나라당을 1등으로 만들어 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토대로 충북인들의 투표성향이 이제 다시 198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조심스런 견해다.
12월 19일. 대선을 앞둔 충북지역 분위기가 차분하다. 이는 양당 모두 충북과 관련된 특별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향후 충북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투표성향과 투표율이 이번 대선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큰 관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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