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문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방대학은 점점 어려워지는 교육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반면 지역사회는 지방대학의 지역발전에 대한 역할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결국 지역사회와 지방대학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공동운명체임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국가나 지역을 막론하고 발전을 위한 최대 관심사가 인재 확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언론사에서 ‘코리아 프로젝트 2020’이라는 기획물을 연재할 때 첫 번째 주제로 삼은 것이 ‘인재(人才,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 문제였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방분권화 논의에서도 종전 정부주도의 하향식(pre-selection)에서 지역특성에 맞는 상향식(self-selection)으로의 지역개발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사람’ 문제가 토론의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충북은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역사회 수준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지역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도전이 다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관련 현안들이 순조롭게 진척되기 위해서는 지식기반사회을 이끌어나갈 전문?우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과 지역대학들이 산학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의 각계각층이 지방대학을 살리는데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으나, 낭보임에 틀림없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지방대학과 기업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선진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북유럽 정보통신산업의 메카,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왕립공과대학(KTH)은 에릭슨 등 민간기업들과의 오랜 산?학협동체계로 인해 주목받아왔다.
모든 수업이 현장위주로 진행되며 신입생들은 일정 기간동안 지정된 멘토(industrial mentor)의 연구개발 지도를 받게 하고 있다. 교육기간 중에도 1년에 한차례씩 그룹단위별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학위과정 마지막에는 수행한 학위프로젝트를 KTH 및 에릭슨 등 민간기업으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철저한 현장중심 교육을 통해 대학은 기업에 즉시 현장투입 가능한 우수 인력을 제공하고, 기업은 원하는 기술개발과 최고의 상품생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복합벤처 집적지로 유명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의 경우, 조성초기에는 MIT나 조지아텍과 같은 주변의 유명대학에서 전문 인력이 충원되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듀크?노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등 특성화된 3개 지역대학에서 그 역할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전반의 혁신능력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역할은 지식기반사회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대안들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지방대학과 기업 공동의 니즈형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비 대폭 증액, 지역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체제 구축, 대학과 기업간 연구개발 인력 풀 활용, 지방대학생들에 대한 인턴 및 채용 확대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은 그동안 표방해왔던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으로서의 소임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지역기업 역시 두뇌경쟁시대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요구되는 지상과제, 즉 우수인재 확보 문제를 지방대학과의 적극적 연대를 통해 돌파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 이어 유럽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 꼽힌 런던이 제일 높게 평가받은 것은 우수인력의 조달 가능성이었다. 이는 현 지역사회의 지향점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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