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지난 15일부터 3일간 서울 등 전국 11개 지역 지방자치단체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상근자 등 154명을 대상으로 e-mail 설문조사결과 80%이상이 행정수도의 충청권이전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관련전문가의 85.5%가 행정수도 충청권건설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시민단체상근자의 80.5%는 충청권에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차기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중앙부터의 과감한 지방이양을 위한 지방분권특별법 및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꼽았다.

지방자치가 발전하지 못한 원인이 중앙정부차원의 법제도 보완노력부족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잘못운영과 활동미흡으로 보고있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71년 대선때 김대중신민당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이후 많은 후보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발표했지만 대체로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그런데 지난 30일 민주당의 노무현후보가 청와대와 중앙부처의 충청권이전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충청권주민들이 바라온 사항이라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실현성이 없는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러운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박정희대통령은 정권말기 행정수도이전계획기간을 20년으로 잡았다. 그후 전두환대통령의 행정중심기능도시계획은 발표한 후 11년만에 입주까지 끝냈다. 그런데 지난 30일 재임 5년동안에 하겠다니 말문이 막힌다.

행정수도이전은 기간과 돈도 어마어마하게 소요되지만 정치, 경제, 교육, 문화등의 중심지를 옮기는 것과 다름없어 이해상충계층간의 반발과 저항이 만만찮아 공론화되기까지는 난관의 길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현재로서는 내년경기도 어렵다는데 시급한 현안에 밀리면 어쩔것인가. 실현 불가능한것을 하겠다면 그건 무모하지 않다면 거짓말뿐이다. 이는 “나는 한번도 거짓말을 해본적이 없다. 상황이 나로 하여금 지키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다”라는 말과 항렬이 같은 말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한나라당 이회창대선부호의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문제를 해소하기위한 방안으로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의 균형분산을 골자로하는「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5개비전」”역시 재임기간중 실현여부는 미지수다. 이후보의 점차적인 이전계획은 수도권인구분산과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에는 부합된다.

그러나 실천하기까지는 난관의 연속이다. 그런점에서 “행정수도 전체를 한곳으로 옮기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과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5개년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도 효율성과 실현가능성이 주시된다 하겠다.

중앙부처 지방이전은 언제나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 충청권이전이 공약으로 제시된 충청권으로서는 더없는 낭보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실현되려면 적어도 10-20년이 걸려야 하는 국가사업이다. 그러므로 너무들뜰 것은 없다.

다만 어떤후보가 당선되든 점차적으로 이전하는 약속을 지켜주길 바랄뿐이다. 그것은 그동안 별 대접을 받지못해온 충청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 충북도민들에게 중앙부처이전보다도 철도 오송역유치가 더 시급하다. 경부고속전철역과 호남 고속철 오송역기점은 충북도민들만 혜택을 보는게 아니다. 오송역이서면 호남선에서 충북선으로 X축이 형성돼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할수 있다.

또 장래 통일이 될 경우 강원도와 북한 러시아로 이어지는 황금의 실크로드가 될 수 있으며 통일전이라도 복원계획인 경의선에 연결시킬 수 있다. 이런점에서 오송역유치는 충북의 욕심이 아닌 국토의 균형발전과 교통망의 확충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아울러 사업비 절감효과는 물론 백제의 문화재도 보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권력의 힘으로 타당성을 무시한채 입지를 정해놓고 구실쌓기에 나선다면 그건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요,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일이며 후손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충북도민의 끈질긴 오송역유치활동은 그래서 애국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서 출발한 선비정신의 실천에 다름아니다.

충북인의 이런 노력은 정부의 잘못판단에 수정을 가해 많은 사람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편하게 이용케 하려는 의지의 집약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중앙부처의 지방이전 기반을 구축해 주는 효과도 있다. 중앙부처이전은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다리다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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