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이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입안 취지는 그럴듯하나 끝자락에선 빛 바래기 일쑤다.

한마디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상당수 농가안정 정책이 농가 안정 제고와는 먼 거리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농정을 수행하는 기관단체들도 농정 입안에 따른 불만이 적잖다.

최근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가 농협중앙회의 수익구조를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농협노조 충북본부는 “농협중앙회는 많은 부분에서 수익위주의 신 자유주의적 협동조합 구조조정에 돌입, 지역조합 및 지역경제에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농협중앙회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지역조합으로 전면 이관, 비사업적연합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농촌경제와는 유명무실한 시·군 지부 철폐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축협단위농협 노조와 농협중앙회 노조간에 신경전을 벌이는 사태 또한 빚어졌다.
농협은 한 지붕 아래 세 가족 형태가 연출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업무수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21세기 세계일류 농업협동조합 구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가시적인 통합의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출범한 통합농협. 하지만 아직 축협과 협동조합 그리고 농협중앙회간에 상대한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정의 수혜를 입고 있는 농민들 상당수는 현재의 농정수행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농업의 지속적 축소를 전제로 하는 소극적 농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 산업의 경우 다원적 기능과 통일에 대비해 자급목표를 정확히 하고 품목별 자급률, 농가소득목표 설정 등 농정의 기본방향이 분명하지 않다.

또 WTO협상, FTA 등 외부환경 농업협상에 따른 대비책이 미흡하다. 농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결정한 뒤 협상에 임하도록 해야 함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정책수행으로 농민들을 수 차례 허탈케 했다.

여기에다 농가부채 및 농가경영안정 대책과 농어촌 주택개선, 농어촌 소규모학교 유지, 농촌의료 개선, 대학특례입학 확대, 교육문제 등 농촌복지 부문에 따른 정책이 일관성이 없어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라 살림 점유비율이 낮다는 잣대로 농정개혁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농업은 나라살림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먼저 농협중앙회는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과제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성을 강화하고 농정활동 담당 부서를 독립시켜 각종 농정현안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화는 등 지도사업 혁신방안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

농협은 신·경 분리를 추진하면서 경제사업 활성화방안 도출, 경제사업의 독자적 생존방안 마련을 위한 자본금 확충, 품목조합 지원 등 혁신적 방안 수립이 뒤따라야 하겠다.

또 고령농가 및 은퇴농가에 대한 연금확대, 생활소득 안정대책 마련, 쌀 농가 정책자금 및 상호금리 인하, 고품질 쌀 생산집단 장려직접지불 등에 대한 정책입안을 통해 쌀 농가 소득보장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촌의료·교육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농촌 고령화에 따른 향상된 의료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으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농어민 관련 질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농어민종합병원을 도 단위에 설치하는 한편 보건소·보건지소 등 공중보건 인력 정원 확보를 의무화 요구된다.

또 7차 교육과정에 맞춰 단기적으로 순회교사, 기간제 교사 등을 통해 부족한 교원을 확충하고 장기적으로 전임교원을 확보 해 나가야 하겠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농어민단체들의 요구 안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농촌이 점차 해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선 후보자와 정부는 이들의 여론수렴에 게을리 하면 안될 것이다.

소리만 요란한 농업정책 남발은 곧 농심(農心)에 분노와 불신감만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인식 하(下)에서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