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권의 어제 오늘 화두(話頭)는 변함없이 오는 12월 19일에 실시되는 제16대 대통령선거이지만, 민초(民草)들의 최대 관심사는 추석 물가이다.

특히 제15호 태풍으로 참혹한 풍수재난(風水災難)을 당한 이재민의 절실한 당면사는 폐허가 된 삶의 보금자리와 피땀흘려 가꾸어 온 농경지 및 농작물을 가능한 한 복구하는 일이다. 이들 이재민들에게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구당’인지 ‘신당’인지가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일에 관심이 없다.

아니 그런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파괴된 집을 다시 지어 입주 할 수 있으며, 자갈밭으로 변한 논밭이나 과수원을 다시 일굴 수 있을지를 땅이 꺼지게 걱정하고 있다.

영동군 황간 등 충북도내 특정지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 지원 된다 해도 개인 피해자의 경우 지원이 국고나 지방비로 전환되지만, 융자분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져 이번 수해복구 과정에서 농촌 수재민들의 빚이 가중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겠다.

그래서 수해농민들은 아예 고향집을 버리고 타지로 떠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자원봉사자 등 각계 각층의 구원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일뿐, 한생애·한가족이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므로 고향산천과 작별을 고하려는 수재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답답하고 침통한 일이 농어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절망을 탈출하려는 이재민에게 소생의 빛을 밝혀주는 첫 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아무리 이재민들 자신이 다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해도 이재민들의 재기를 결정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라 아니할 수 없다.

복구 예산 및 행정지원등으로 좌절해있는 피해주민들에게 삶의 의욕을 불어 넣어 주어야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는 특별재해지역 지정, 선포와 그에 의한 재정지원등을 실기(失機)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형평성을 잃거나 부실한 수해조사와 지원등으로 피해주민들을 두 번 울려서는 안된다. 찬이슬 맞으며 새우잠을 자고 있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집터와 파묻힌 농경지 및 축사에서 피울음을 삼키고 있는 수재민들에게 분노와 절망을 키워서는 안된다. 정성을 다해 그들이 다시 살아가겠다는 재생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행정당국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일반인이 못쓰는 구호품으로 수재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정치권도 정신차릴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대통령 후보나 당 대표라는 사람들이 수해지역에 와 일시 작업을 거들고 피해현장을 둘러보며 ‘대선표’를 의식한 발언을 경쟁적으로 하는 것은 피해주민들을 돕는게 아니라 ‘열불’나게 하는 행태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대로 민생고를 챙기며 나라 일을 올바로 처리하는 ‘정치(正治)’를 해도 모자랄 판에 각기 무리(黨)를 이끌며 ‘저질의 정치 싸움’을 양산하는 중앙에 위치,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밥먹듯이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표리부동(表裏不同)의 두 얼굴’을 혐오스러울 정도로 목격하고 있다는 ‘민심’이다.

수재민 뿐만 아니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정치인들에게 진실로 바라는 것은 법령 등 제도를 통한 민생고(民生苦)해결과 당파를 초월한 국사(國事)처리이지 추종자를 이끌고 다니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다고 이재민들이 자신들을 위대하게 보아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바로 그 자체다. 여기에 곁들여 지역의 보통사람들이 맹성을 촉구하는 것은 일부 지역지도층의 ‘경거망동(輕擧妄動)’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구성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현장에서 노력봉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 책임자급 인물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그린필드에서 “굿샷!”을 즐겼다는 행태는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해도 용납할 수 없다는 구성원내외의 질타라 하겠다.

그리고 일부 종교지도자의 경우 자신의 전화로 수해지역에 구호예산이 더 많이 지원됐다며 스스로의 영향력을 침소봉대하는 모습이나 충북 발전에 목숨을 걸은 것 같이 행동해 오고 있으면서도 수재민들에 대한 노력봉사나 성금품모집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않고 있는 일정부류의 행위도 대오각성이 시급하다 하겠다.

수재민들은 지금 참다운 인보정신의 발로를 갈구하고 있지, 사기성·사행성·정치성(情痴性)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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