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난 1일 오전 10시를 기해 태풍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제15호 태풍 ‘루사’가 우리 국토를 할퀴고 간 상처는 너무 크고 깊어 피해주민들의 비명과 한숨이 온 나라를 덮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바람으로 가지가 꺾이고 뿌리채 뽑혀진 수목이나 농민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각종 과실과 농작물의 침수, 낙과, 도복 사태는 ‘하늘이 주는 시련’이 왜 이다지도 극심한가를 울부짖 듯 항의, 한탄하고 있다 하겠다.

한반도를 강타한 이번 태풍 ‘루사’로 인해 전국에서 2만 5천여가구 7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건물 2만5천여가구가 침수 또는 반파됐는가 하면 도로와 교량 191곳이 유실됐고 하천 461곳, 둑·저수지 113곳이 범람했으며 양식장 16곳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명피해는 사망 115명, 실종 69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전국 시·군·구에서의 피해 상황이 계속 집계되고 있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액(잠정 집계액 3천122억8천여만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동과 옥천지역에서 집중적인 수해를 당한 충북의 경우 사망 6명, 실종 2명에 이재민 1,286세대 3,441명(영동 1,151세대, 3,075명, 옥천 135세대, 368명)이 발생했다. 주택 1,068동이 침수됐고 229동이 반파됐으며 4동의 지붕이 파손 됐고, 벼, 과수등 농작물 피해가 3,580ha에 달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한우, 돼지, 닭 등 가축 3만 1,079마리가 피해를 입었고 양식 어류 2만8,000마리 등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사유시설과 도로, 하천, 학교시설, 수리시설, 사방임도, 하수종말처리장 등 공공시설 피해액은 잠정 집계만으로도 2백억5백여만원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상세한 현지조사 후에는 피해액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지난 59년 ‘사라호’태풍에 버금가는 금번 태풍 ‘루사’의 가공할 파괴력을 뼈아프게 겪자마자 제16호 태풍 ‘신라쿠(SINLAKU)’가 ‘루사’와 비슷한 경로를 밟으며 점차 발달하고 있다고 기상청은 밝히고 있어, 또다시 강력한 태풍 강타시 생사기로의 사투를 벌여야 할 궁지로 몰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겠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거듭된다 해도 우리의 응전에 좌절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가 자연과 각종재난을 극복해 온 ‘인간 의지의 역사’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능한 한 힘을 합치고 행동을 함께하여 태풍이 남긴 상처를 하루 속히 치유하고 견고한 재난방비태세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재난을 당했다하여 낙심만 하고 주저앉아 있다던가, 하늘과 나라를 원망만하며 드러 누워 있는 자세로는 결코 ‘재기의 생애’를 살아 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최우선적으로는 재난을 당한 수해민들이 힘들고 힘겹겠지만 다시 살아보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다지고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

이들을 위해서 비수해지역 주민들은 우리나라 전래의 미덕인 환난상휼(患難相恤)정신을 아낌없이 발휘해야 한다. 다른 수해민들도 도와야 하겠지만 우선 충북도민들은 영동·옥천지역 수재민들을 위해 노력봉사를 하고 구호금품, 식수, 식량, 의약품, 취사도구등 생활 필수품을 모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 이 일에는 도내 자원봉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 도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본 업무에 지장이 없지 않을 터이지만 공무원 비상 소집령을 발한 충북도가 2일 자체 공무원 45명과 자원봉사자 45명등 90명을 영동군 매곡면에 투입하여 시가지 청소와 세탁·집기류 정리 등을 실시한 것과 군병력 및 장비 등을 투입하고 있는 사례 등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기타 공공조직 종사자들이 수해민을 돕는 적절한 예가 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도내 기초자치단체들도 아낌없는 지원 활동이 있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수해지역과 인근 지자체등은 상수도 공급 재개, 유실도로복구, 정전사태해소, 전염성 질병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통신당국도 유·무선 전화 소통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항구복구에 진력해야 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편 정쟁으로 밤낮을 지새우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여야 정치권과 중앙정부도 수해지역 주민들의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어제 박관용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정부간 수해대책간담회에서는 2∼3조원 추경예산안 편성이 거론됐지만 이것은 시간끌 여유가 없는 긴급하고도 화급한 현안이므로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회를 이미 통과한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 시행령도 조속히 마련, 시행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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