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nd act locally). 이는 글로벌 경쟁시대이자 지방화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가져야하는 경영철학의 방향을 시사하는 명제이다. 진천군과 충청대학이 공동주관한 국가 지정 전국 축제의 하나인 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지난 주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에는 50개국 872명의 외국인을 포함하여 총 1,353명의 선수단이 참여하였으며 약 12만명의 관광객이 축제를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진천군은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야심찰만큼 이번 축제를 160개국 5,000만명의 세계 태권도인들이 국기 태권도의 근원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사·문화와 태권도를 연계시키는 장소마케팅전략의 추진기회로 활용하였다.

실제로 진천군은 축제기간중 진천이 김유신장군의 탄생지며 삼국쟁패시대의 화랑정신이 구현된 생사의 현장이라는 장소성·역사성을 태권도와 접목시켜 진천을 태권도의 발원지이며 화랑의 고장임을 세계속에 알리는데 정성을 쏟았다. 또한 김유신 장군 탄생지에 표지석을 건립, 그곳을 태권도성지로 선포함으로써 세계인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태권도의 뿌리에 대한 역사성과 정통성 확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장소마케팅 전략은 2년 전 진천을 포함한 전국 27개 지방자치단체가 사활을 건 듯 추진한 세계태권도공원 유치경쟁을 감안할 때, 다음 정권에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태권도 공원의 입지선정시 일종의 선점효과를 나타낼 것이 틀림없다.

문광부가 주관하고 있는 태권도공원개발사업은 그 방대한 파급효과로 인해 광역·기초를 불문하고 입지 지자체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그것의 충북내 유치를 위한 기초다지기의 하나로서 금번 문화축제 및 진천군의 장소마케팅전략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울러 금번 축제를 세계화·지방화시대에 태권도에 관한 노하우를 확보한 충청대학과 지역의 역사성 내지 전통문화유산을 보유한 진천군이 공동으로 주최함으로써 관ㆍ학 연계사업의 규범적인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도 보람있는 성과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금번 축제기간에 임박하여 진천지역의 갑작스런 구제역 파동과 4대 동시 지방선거 등으로 일부 준비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한 외국선수단 통역문제, 숙박시설문제, 경기진행상의 문제 등은 향후 시정하여야 할 시행착오로 부각되었다.

세계태권도문화축제는 일회성의 축제가 아니고 매년 개최되는 행사로서 그 어느 축제보다 세계를 대상으로 지역의 경쟁력 제고와 홍보를 위한 가장 훌륭한 문화상품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문화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태권도 관련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상시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행사를 전후하여 일시적으로 조직하는 전담반의 운영만으로는 각종 태권도 관련 홍보, 지도자 교육, 해외 태권도 관련기관과의 교류, 학ㆍ관 연계프로그램사업 개발, 통역자원봉사자 교육 및 인력확보 등 국제행사를 추진하고 진행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제적 행사는 국가 및 지역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이벤트이자 경제사업으로서 한 틈의 오차도 허용하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진천군이 단독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충북도 차원의 지원과 기획이 필요하다. 더구나 금번 행사의 배후에 세계태권도공원의 충북내 유치라는 원려의 포석이 깔려있음을 상기한다면 충북도의 역할은 더욱 자명해 진다.

금번 세계태권도문화축제의 잠재적 성과와 전략의 유용성과는 별개로 행사과정의 미비점에 대한 비판과 질책을 행사주체의 한 축인 진천군은 겸허히 수용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동시에 그 책임이 진천군에만 국한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충북개발연구원·부연구위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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