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실시됐던 충북도의회 의장단 선출 결과를 놓고 지역정가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에 대한 여론의 색깔은 크게 나누어 세가지로, 첫째는 소신있는 쾌거, 둘째는 반당(反黨) 반란(反亂)행위, 셋째는 별무의미 (別無意味)행태 등이다.

‘소신있는 쾌거론’은 거대 정당소속 도의원 당선자들이 당주문에 구애치 않고 도의원의 기본권을 행사해 (물론 타당·무소속 의원의 도움을 받았지만) ‘될만한 인물’을 도의회 의장과 부의장으로 뽑음으로써 ‘충북도의회의 자존심’을 과시했다는 평가이다.

이와는 반대로 반당, 반란행위론은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도의원들의 일부가 사전 당내 의견조율한 내용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타당의원과 합세, 다른 인물을 뽑은 것은 당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반당·반란 행위하는 성토이다.

그리고 찬·반 견해와는 달리 ‘별무의미론’을 개진하고 있는 평자(評者)들은 “되려고 했거나 된 사람도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의원인데 누가 된들 뭐가 크게 달라질 수 있겠느냐”며 “저희들끼리의 찻잔속 파워게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동일 사안에 대해 해석이 갈릴 수 있는게 정치·사회 현상이지만 이번 충북도의회 의장단(특히 의장)선거 결과와 관련, 우리가 정확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개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우선,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반란’, ‘반당’이란 어휘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시대착오적 반의회주의 존재’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어 사전의 ‘반란(叛亂,反亂)’ 뜻 풀이는 “정부나 지배자에 반항하여 내란을 일으킴”이다. ‘반당(反黨)’은 “반역을 꾀하는 무리, 당원으로서 당을 배반하는 일”로 설명되고 있다. 이 같은 반란, 반당 용어에서 내포된 또하나의 뜻은 ‘정부’ , ‘지배자’ , ‘정당’의 존재가 늘 가부장(家父長)처럼, 상석(上席)에 자리잡고 있어 이들의 뜻에 어긋나면 곧바로 반란, 반당으로 매도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번 충북도의회의 적지않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소신있게 의장단을 선출한 행위 역시 반란, 반당 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 도지부나 권 아무개 의원을 도의장으로 밀었던 측에서 볼 때는 반당 행위요 반란의 폭거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까지 주며 도의회에 입성시켰더니 초장부터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가고 있어’ 배신감을 가질 법도 한 것이다.

그래서 “위반자에 대해서는 출당 조치 할 것”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지부)은 다음과 같은 점을 다시한번 심사숙고 해야 한다. 우선 도의회의원들의 도의장단 등 선출권은 도의회 자주 조직권의 가장 핵심적인 권한이라는 사실이다. 이 권한의 행사에는 누구도 공식적으로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해서는 안된다. 소속 정당이라 해서 권유는 할 수 있으나 정당이 도의원에게 명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충북도의회 의원의 선출(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정부나 지배자, 정당이 도의원의 ‘절대명령자’ , ‘상전(上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나 정당이 있다면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자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셈이 된다. 재차 말하자면 정당은 ‘지방의회의 지배자’가 아니며 그런 망상은 꿈속에서 조차 꿔서는 안된다. 민주적 정당으로 성장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존중하는 정당이 되어야지 지방을 중앙 정당(정치)권력의 예속물로 취급하려 해서는 부정적 심판에 직면하고 만다. 이게 역사의 교훈이다.

다음으로 한나라당에 당부하는 것은 한국 제일당으로의 자만과 오만에 대한 경계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국회 최다 의석을 가진 채 유력한 대선후보를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중앙 정부를 접수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도 이원종 지사가 한나라당 소속이며 도의회 전체 5개상임위원장과 의원 27명중 22명이, 도내 11개 시장 군수 중 5명이 한나라 당적을 갖고 있다. 충북의 지방 정치권이 ‘한나라당 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한나라당 점령 상황’에서 (그렇지 않기를 기대하지만)한나라당이 힘을 과신하여 지방자치를 ‘한나라당 지배자치’로 오해 될 수 있는 행태를 보인다면 도민들의 정서는 급속히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반당자’라 해서 당에서 쫓아 낸들 그 도의원에게 무슨 심대한 피해가 있겠으며 금년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도지부)은 이점 냉철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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