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처음으로 심장부인 뉴욕이 테러를 당한 9월11일 이후 26일만에 미국이 마침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이 민간항공기를 납치해 세계무역센터을 폭파시킨 전대미문의 행위에 대해 즉각 ‘전쟁행위’라고 규정하고 즉각적인 보복을 천명했으나 배후 인물로 지목된 빈 라덴에 대한 확인작업과 국제사회에서의 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전쟁은 장기전이 될 것 임을 거듭 밝혀 공격명령 시기가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에 대해 세계가 주목을 했었는데 마침내 공격명령을 내린 것이다.

미국은 26일동안 나름대로 충분한 증거와 우방의 협조를 바탕으로 세계경찰 국가로서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테러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려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유엔과 북대서양 조약기구인 나토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영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거점을 맹폭하는 한편 난민들에게는 식량과 구호물자를 투하하는 두 얼굴의 전쟁을 치르는 미국은 빈 라덴의 색출 및 심판과 빈 라덴을 옹호하는 탈레반 정권 응징과 와해, 아프간내 빈 라덴 테러세력의 훈련기지 폐쇄 및 축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계획에 이어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말대로 수개월이 걸릴지 아니면 수년이 걸릴지 두고봐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뉴욕무역센터가 폭삭 주저앉고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의 시발부터 전쟁 개시까지 미국인들의 대응을 보면 섣부른 판단일지 몰라도 어려울때 응집력이 대단하다는 점을 느낄수 있으며 그 원천은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그들은 늘 국기인 성조기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지나칠 정도로 표출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애국심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봐주고 싶다.

미국을 다녀온 사람들이면 실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들의 성조기 사랑은 유별나다. 사람들 눈에 띄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대형 성조기가 나부끼고 꽂을 수 있는 깃봉이 있으면 꽂아놓고 벽에 걸고 심지어 속옷같은 데에도 성조기가 들어가는 것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선수들 유니폼 뒷면 목덜미 근처에도 자리잡고 있으며 국가(國歌)타이틀도 ‘성조기여 영원하라(Stars and Stripes are forever)’ 명명돼 있으니 시샘이 생기기도 한다.

성조기 아래 뭉치는 미국의 파워는 경제대국, 군사대국이라는 백 그라운드 이외에도 2백년 넘게 미국을 이끌어 온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그것에 믿음을 보내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에서 발원하는 것이고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벗어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한예로 전쟁이 끝난지 반세기가 넘은 6·25때 전사한 미군의 유골하나라도 본국에 가져가려고 지금도 발굴과 송환작업을 계속하는 것을 들 수가 있는데 이는 국가가 나를 버리지 않는 한 나도 국가에 등을 질수없다는 자긍심과 나라사랑 정신의 바탕을 이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기전 세계를 향해 우리편에 서든지 피해를 당할 각오를 하든지 하라는 미국의 오만(?)이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제스처 일수도 있겠지만 어디엔가 자신감은 넘쳐 보인다.

이런 상황에 비해 우리의 태극기 사랑과 국가지도자, 더나아가 지도층들에게 거는 기대는 실망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성조기 사랑이 더욱 부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24시간을 게양하고 거는 장소를 늘렸다고 해도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적다면 펄럭이는 태극기는 우리 국민의 상징보다는 하나의 표시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들로부터 믿음과 존경은 커녕, 불신과 경원의 대상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지도자 그룹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오는 문구처럼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바쳐야 하는데도 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딱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전쟁으로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한 가운데도 소아(小我)에 집착하니 그들에게 신뢰가 가겠는가. 일부 국가에서 비난을 하든 말든 성조기를 앞세운채 마이웨이를 가는 미국의 힘자랑이 부러운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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