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당국간 회담이 서로의 입장만을 제시한채 끝났다.

사실 이번 회담은 남측대표단 짐 15개를 북측이 육안검사하겠다고 주장할 때 이미 별 성과없이 끝날 것을 예고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육로관광시범실시와 10월 중 금강산을 관광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남측통일전망대에서 북측삼일포리간 13.7km의 비포장임시도로를 개통하고 내년에 2차선으로 포장할 것도 제안했다. 북한은 “관광활성화를 위한 민·관역할분담문제와 금강산지역군사 환경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을 뿐 우리측의 제의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측대표는 “모든 문제는 처음부터 수지타산을 따져봐야 한다. 해로관광은 이미 많은 돈이 투자 됐는데 다시 육로관광문제를 꺼내면 되겠느냐.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아니냐”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2~5월까지의 관광대가 2400만 달러를 조기에 지급토록 협조를 요청했다.

북측의 이런 태도와 그 동안의 형태로 미루어 앞으로의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염려스럽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우선 98년 3월 승인한 대북사업 10건 중 5건이 북측의 입국, 체류거부로 중단상태에 있다.

1만3천달러를 투자, 가리비를 양식키로 했던 태영수산, LG, 6만4천달러를 현물투자, 수산물 채취 및 가공사업을 계획했던 미흥식품, 5백여만불을 들여 봉제사업을 해온 대우 등 입국과 체류를 거부하는 바람에 사업이 중단됐다.

금강산 샘물에 550여만달러를 투자한 태창은 톤당 가격을 3.5달러에서 10달러로 올려 사업을 지속 할 지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레마을영농법인과 버섯을 재배, 수출과 국내에 반입키로 했던 백산실업은 98년 가을 나진선봉지역 방문금지조치에 따라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이를 두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는 “북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돈을 떼이거나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북한의 낙후된 항만, 철도의 개선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중국보다 비싼 선박수송비용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큰 돈을 들여 투자한 우리기업들에게 이렇게 한다면 어느 나라 기업들이 투자하겠는가. 우리와 공존을 모색한다면 “지구상 마지막 스탈린국가의 기이한 사업환경”이라는 뉴스위크지의 지적을 받아선 안된다.

둘째는 조선중앙통신이 8월27일 “미군철수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관련한 초미의 문제”라며 주한미군은 철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점이다. 주한미국 주둔은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인정한 사안인데 이를 들고 나온 것은 예의가 아니다.

셋째 98년 6월 22일 현정부가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지 불과 3개월만에 잠수정이 속초 앞 바다에서 좌초됐다. 다음날인 23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백마리의 소떼를 몰고가 북한에 주고 오는 날이며 7년만에 유엔사와 북한간 장성급회담 예정일이었다.

넷째 7월 20일 금강산관광실시단 450여명에 끼여 있던 한국방송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의 임원과 직원들이 관광증에 한국의 ‘한’자도 못 쓴채 HOO공사 등의 이름으로 다녀왔다.

금강산관광이 뭐길래 제 직장과 소속단체의 고유명사도 못쓰고 가는지 부끄럽기 그지없다. 못쓰게 하는 북측은 말할것도 없고 그에 승복(?)하고 가는 우리네 사람들도 그밥에 그나물격이다.

다섯째 지원받은 식량을 빼돌린다는 점이다. 6월30일 국경없는 의사회는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을 빼돌려 국민들이 기아에 허덕인다”며 “유엔감시단이 도착하기전 식량이 군창고에서 보육원으로 옮겨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주민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라면 당연히 어린이나 주민들에게 나눠주어야함에도 이를 빼돌린다는 것은 군사용으로 전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군사용으로의 전용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교류의 첫 조건은 신뢰이다. 이는 작은 단체거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하물며50년간 대치해온 남북간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신뢰가 결여된 교류는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을 너무 포용하고 너무 기대하는 대북정책은 자충수에 걸릴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강산관광에까지 끌려다녀선 안된다. 관광은 어디까지나 관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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