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사업이 전부는 아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만인동락(萬人同樂)’, ‘삶의 질과 공간의 질이 좋은 녹색수도 건설’이라는 말을 특히 좋아한다. 그의 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은 단연 돋보인다. 불모지였던 충북의 바이오산업은 그의 손에서 밑그림이 그려져 오늘날 충북이 바이오산업을 선점할 수 있었고, 바이오 분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특히 2013 청주국제공예박람회도 역대 박람회 중 가장 성공적으로 치렀다. 따뜻하고 여유로우며 넉넉한 품격을 자랑하던 한 시장은 올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KT&G 부지매입과 관련된 개인비리로 구속된 이종준 사건 등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반전의 드라마도 있었다. 한 시장은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들이 소유권 반환 소송에서 시가 승소하자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이어 한 시장은 “이 소송이 대법원에까지 가서 패소하더라도 땅을 못준다고 뻗으려고 했다. 어떻게 친일파들 후손들에게 시민들의 땅을 줄 수 있느냐. 앞으로 이번 판결은 친일파 후손들의 땅 찾기 재판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의 성원과 담당 직원들의 많은 노력이 승소를 이끌어 냈다”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한 시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시정을 운영하는 시장으로서의 철학은.

시장이 돼서 느끼는 것은 지속가능한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참 어려웠다. 다음 시장이 다른 사람이 오더라도 전임 시장이 수립한 사업을 거부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벽돌 하나를 쌓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나 때 빛이 나는 사업은 바라지 않는다. 통합이후 전임시장의 계획을 세웠던 테크노폴리스 사업도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이어가고 있다. 그런 밑그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한다.

그리고 통합시청사가 가장 중요하다. 이 청사를 어떻게 짓느냐를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데, 차기 시장이 예산을 확보해 착공까지는 해야 한다. 100만 도시의 구심점이 되는 청사를 마련하고 4개 구청과 함께 통합시 비전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주시 동서의 발전을 위해 도시계획 담당자들에게 이를 반영토록 지시했다.

▶취임 후 성과를 꼽아본다면.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남고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 시가 직면한 크고 작은 어려움을 헤쳐 가며 청주의 100년을 융성하게 할 디딤돌 하나하나를 놓는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큰 성과는 헌정사상 최초로 주민 주도의 ‘청주·청원 통합’을 이루어 냈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 지평을 여는 쾌거였으며, 양 지역 주민의 숙원이었던 전국 제일의 명품도시, 신수도권의 핵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2011년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청주복지재단’을 설립, 시민에게 복지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실버행복드리미, 노인돌봄서비스 등 노인 안전망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생명존중 노인 자살예방’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추진, 노인 자살이 2012년 92명에서 2013년 61명으로 감소하는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혔다고 생각한다.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1천500년 역사문화도시로서의 문화적 자긍심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금속활자 주조 전수관’건립, 그리고 올 10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청주시민회관’은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켜 줄 공간이란 점에서 성과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일부 시민들은 민선 5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땅을 파고 건물을 세우는, 눈에 보이는 사업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불편하고 힘들고 아픈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찾아내어 해결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지방자치단체장의 큰 역할이라고 본다.

저는 민선 5기 시정방침을 녹색수도 청주로 정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과 공간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헌정사상 최초의 주민자율통합을 이뤄냈으며, 세계금융위기 이후 막혔던 청주테크노폴리스 PF대출, 전국 최초 초·중학생 무상급식, 청주청원시내버스요금 단일화 등의 굵직굵직한 성과들도 만들어냈다.

도로건설 등 대형건설사업도 예년과 변함없이 도시계획에 의해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다. 3차우회도로 남면∼북면(효촌리∼휴암동) 구간은 올해 12월에 임시 개통할 예정이며, 휴암∼오동구간은 준공시기를 1년 앞당겨 2015년에 개통하고 북일∼남일 건설공사도 조기에 완공토록 노력할 것이다.

선진형 교통정보체계구축과 우수저류시설 설치 등은 여러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대형사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편리하게 해주고 집중호우시 시민의 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하드웨어적인 성과만이 성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빠른 가시적 결과보다 멀리 내다보고 느리게 가는 과정 또한 성과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많은 난관을 뚫고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현재 추진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이 드디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산업단지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7월 금융권과 3천100억원의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11월 25일 우선 1천100억원의 초기 자금을 인출하였으며, 현재 토지 및 지장물 소유자와 35%의 보상협의가 추진되고 있다. 이젠 무엇보다 기업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입지적 우수성, 투자환경의 적합성을 알리기 위하여 신문, TV 등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자산공사, 충북도와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공동 유치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100%분양을 목표로 행정력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일부 청주시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이어지면서 청주시 공무원 전체가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그중에는 공직비리를 저지른 공무원들에 대한 온정적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앞으로의 공직비리 예방대책은.

지난 6월, 연초제조창 매입과정에서 공무원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비위행위가 적발됐다. 시장으로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시민분들께서 느낀 엄청난 실망과 분노감이 사죄의 말 몇 마디로 회복될 것은 아니지만, 시민분들께서 진정 원하시는 것은 소를 잃은 후 후회하고 자탄에 빠져있는 모습이 아니라 더 이상 소를 잃지 않을 확실한 방법을 강구하는 실천적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금품수수, 공금횡령, 유용, 성관련 범죄 등의 중대 비위행위자에 대해서는 즉시 직위해제하고, 특히 뇌물수수 행위에 대하여는 금액에 상관없이 중징계 요구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개방형 감사관 공모가 무산됐다. 이유가 무엇인가. 

개혁성 때문에 시 감사관을 판사·검사 출신을 뽑으려고 했다. 조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상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판에 박힌 것이 아니고 젊은 사람도 과감하게 기용할 생각이었다.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시를 개혁하려고 외부 개방 공모를 했고, 관련 부서에 공직에 새바람을 넣기 위해 엄밀하게 심사할 것을 요구했다.

4명의 공모자들은 개혁성에 맞지 않아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변호사 등 임용문제는 통합시장에게 넘기겠다. 84만명의 통합도시가 되기 때문에 4급대우를 연구토록 했고 보수도 지금보다 높여줄 생각이다. 적임자가 없어 시 직원 중에서 찾아보라고 했지만, 인기가 없어 감사관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다. 한시적이지만, 신참 과장 중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

▶내년 7월 역사적인 청주·청원 통합을 앞두고 있다. 통합 청주시의 비전과 발전방향에 대한 시장님의 견해는.

내년 청주시는 재정규모 2조원대로 머지않은 장래에 인구 100만 규모의 그린광역권 핵심도시로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제 정상궤도에 오르게 된 청주테크노폴리스,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컨택센터 조성 등이 완료되면 많은 일자리 창출과 높은 규모의 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3차 우회도로에 이어 청원군 13개 읍·면의 생활권 중심을 연결하는 4차 우회도로 건설까지 이루어진다면 통합 청주권은 ‘30분 생활권시대’로 보다 활기찬 경제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KTX 오송역, 청주 국제공항,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여기에 내실있는 세부계획들을 잘 만들고 실천해간다면 통합청주시의 미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초대통합청주시장은 어떤 인물이 돼야하나.

청주·청원 통합은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 지평을 여는 쾌거였다.

초대 통합 청주시장은 세 번의 좌절 끝에 이루어낸 성장과 나눔의 기틀을 책임지고 잘 이루어낼 수 있는 큰 안목과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굵직한 현안들과 상생발전방안 합의사항, 사업들을 주민 갈등 없이 하나 하나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군자삼변(君子三變)이란 말이 있다.

세 가지 다른 모습을 지녀야 진정한 군자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엄숙해 보이고,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따뜻하고, 말을 들어보면 합리적인 사람이 진정한 군자라는 뜻이다.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있는 통합청주시를 이끌어갈 사람은 그런 분이어야 할 것이다.  아버님 같은 신중한 결단력과 어머님 같은 포용력, 거기에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함까지 지닌 분이어야 ‘발전’과 ‘화합’을 병행해 통합청주시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장을 해보니까, 고쳐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 시민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과단위에서 다 결정이 돼서 오는 것들(결재)은 시장이 거부할 수 없다. 시민들은 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시장이 해줬다고 하는데, 시스템이 필요하다. 담당과장과 실무자가 되는 것은 시장도 되는 것이다.

종합적인 판단은 시장이 결정하지만, 100만 도시가 되면 시스템에 의해 작동돼야 하는 것이 체질화돼야 한다. 시장은 시간이 없다.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허가해달라는 등의 민원이다. 각종 민원은 관련 부서가 충분히 협의해 도출하는 등 시스템에 의해 시 기능이 작동됐으면 한다. 아침 7시부터 나오지만, 자료를 읽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쁘다. 통합시장은 더 바쁠 것이라는 점에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시정이 바람직하다.  

정리=이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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