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의 북한 찬양발언으로 국론이 들끓고 있다. 북한을 고무 찬양하거나 이롭게 한 게 분명해서 사법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사법처리하면 공안통치이니 유신회귀이니 하면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신부가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흥분하던 천주교 신자들마저도 반발에 합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방치하자니 위법성이 너무 강하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데 오직 신부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처벌할 때의 부작용보다 더 큰 후유증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유사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한다고 해도 북한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박창신 신부를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박 신부를 처벌하면 국론이 들끓고, 처벌 안 하면 대북 전선이 무너지니 진퇴양난이다. 사실은 대한민국만큼 피해를 당하는 게 바로 천주교이다.

천주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서 특성이 있다. 신부와 수녀들이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세속적인 면에서 초연하다는 점이다. 속세에서 핍박을 당하는 사람들이 선뜻 종교를 찾지 못하는 이유가 위안을 받으려고 찾아간 종교에서 차별을 받으면 어쩌느냐는 걱정이다.

신부나 수녀가 결혼하지 않으니 세속적일 수 없고, 세속적이지 않으니 차별을 당하지 않는다는 확신 같은 게 있었다. 박 신부의 발언으로 천주교는 세속적이지 않다는 이미지에 상처를 받았다.

세속적인 것 중에서도 가장 세속적인 게 정치인데, 정치인들도 차마 못 하는 발언을 신부가 했다. 진보 정치인들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잘했다고 말하지 못한다. 정치인 중에도 국가기관 댓글 문제로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난 대선의 핵심 쟁점이 종북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선의 최대 쟁점은 복지문제였다. 종북 문제는 지엽적이었다. 당락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사퇴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세속적인 정치인들도 못하는 말을 신부가 했으니 천주교의 이미지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을지는 불문가지이다. 실제로 천주교도 들끓고 있다. 박 신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이지만 옹호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세속적이지 않아서 천주교를 찾고 싶었던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박 신부를 사법처리하지 않으면 대북 전선이 와해되는 것과 같은 파장이 천주교에도 일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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