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산악지대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족히 한 시간 반쯤을 차로 내달리다가 보면 어느새 고만고만한 낮은 구릉이 펼쳐진 너른 들녘을 만나게 된다.

붉은 황토색 밭들은 정갈하게 빗질을 한 모양의 아름다운 기하학 고랑들로 이뤄져 있다. 그 곡선의 화폭 안에는 푸른 채소와 황금빛 곡식들이 이룬 자연의 색으로 대지의 미술 그 자체이다.

호남은 예로부터 곡창지대다. 비옥한 땅에서 풍부하게 나오는 농산물로 인해 각박하지 않고 인심이 후했다. 풍요한 살림살이 덕분에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요리들의 변천도 다른 지역에 비해 화려하고 멋스럽다. 식객 여행자들에게 이 곳 여행하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함석헌 선생의 사상을 따르고 좋아한다는 C선생과 K선생은 음성 출신이라 했다. 그들의 전직은 각각 공직과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단다.

연유야 어떻든, 그들은 의기투합해 현재 고창의 한 시골 광산김씨 집성촌에서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씨알농원’을 공동으로 가꾸고 있다.

애초부터 많은 돈을 벌기위해 귀농을 한 것도 아니었고, 농촌에서 농사짓는 모든 일들이 소통과 문화의 장으로 만들고 싶어서 였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낭만과 꿈에 사로잡힌 몽상가들 같지만, 실상 경작지를 보면 두 사람이 일군 농장 규모가 꽤 크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당산나무 아래부터 시작하는 꽃길은 C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가꾸었다는 국화꽃들로 오가는 이들을 환하게 해준다.

마을 소나무 숲에도 국화 꽃길과 잔디광장을 만들어 도시와 시골사람들을 함께 초대해 작은 음악회도 가졌단다. 주말 농장도 무상으로 운영하며 끊임없이 그들은 사람들과 소통 하고 있다.

농사짓는 것이 신명나는 놀이란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땅에다 그림을 그리는 ‘도화지 농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그들은 소통의 문화를 진화 시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하루 종일 해도 힘이 들지 않는다. 어린날 종일 놀이에 빠져 있어도 그것이 지루할 새가 없던 기억이 난다. 그들 또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비록 몸은 고단해도 건강한 낮과 밤을 보내고 있으니 날마다 새로운 일들 속에서 맑은 에너지를 퍼 올리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귀촌과 귀농이 요즘 많은 관심 속에 있는 세상이 되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 속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찾아 시골로 회항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시골이 젊어지고 있다.

우리 몸에 약이 되는 건강한 먹거리들로 넘쳐 나는 식탁이야 말로 가장 바람직하게 돌아가야 할 생명 운동인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 이웃 나라의 방사능 오염 먹거리들이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시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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