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 청주한방병원한방내과

39세 회사원 김모씨는 회식자리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합니다. 평소에 대인관계도 좋고, 같이 어울리는 자리를 좋아하는데도 말입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잔, 이 잔을 들면 김 씨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떨고 있습니다. 다들 한마디씩 건넵니다. 술을 너무 자주 마셔서 알콜 중독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그런 거 아니냐?,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 김 씨는 알콜 중독도 아니고 머리에 이상도 없는데 말이지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괜히 걱정이 앞섭니다. 괜히 신경이 쓰이고, 안 떨려고 하지만 신경을 쓰면 쓸수록 더 떨리는 것 같습니다.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MRI를 비롯해 혈액검사를 했으나 특이 소견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김씨와 같은 질환을 우리는 수전증, 본태성 진전이라고 부릅니다.

이른바 수전증이라고 부르는 본태성 진전은 가장 흔한 떨림 중 하나이며, 가족 구성원내에 동일한 증상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원인은 없으나 대개는 30대 후반에서 잘 발생하며, 이러한 떨림이 다른 질환을 유발한다거나, 다른 질환의 전조증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손의 떨림이지만 턱이나 머리, 혀 등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그로 인해 말을 하는데 불편감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본태성 진전이 떨림의 가장 흔한 이유가 되지만, 인체 일부가 떠는 증상은 다른 질환에 의해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게 됩니다. 엄지와 검지를 알약을 빚는 듯이 떠는 파킨슨 질환, 술취한 듯이 몸을 조절하기 어려워 휘청휘청 흔들리는 소뇌성 진전, 오랜 약물 복용으로 나타나는 진전 등, 여러 원인에 따라 떨림이 나타나기 때문에 떨림으로 불편한 분들은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수전증을 心虛手振(심허수진-심이 허해 손을 떠는 것), 酒客手振(주객수진-음주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손을 떠는 것)으로 구분해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心虛(심허)라는 말은 심장의 기운이 약하다는 말인데, 이 말은 실제적으로 우리 가슴에서 심박동을 하면서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고 있는 심장이 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평소에 작은 일에서 잘 놀라고, 특별한 일이 없이도 마음속이 불안해지고, 다른 사람의 평가가 두려워 대인관계가 불편해지는 증상이 있는 것을 心虛(심허)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수전증이 있는 많은 분들이 평소에 불안해하고,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으며, 평소에 잘하는 행동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거나, 이목이 집중될 때에 증상이 심해져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心虛(심허) 증상이 없이 떨리는 증상만 있는 환자분들도 심허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일정 부분 호전을 보이기도 합니다.

음주도 수전증에 큰 원인이 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음주를 많이 하는 사람이 비위가 상해, 음식물의 흡수된 정기가 팔다리로 가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원인으로 음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떨림이 나타난다고 돼있습니다.

수전증, 즉 본태성 진전은 아직 그 기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 치료도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하지만 질환을 잘 감별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한다면 일정부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전증이 있다고 괜히 불안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전증을 받아들고, 수전증에 대한 부담을 줄일수록 점점 내손의 떨림은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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