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모양과 격식을 중시한 무분별한 생활관습이 내일의 파멸을 자초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골목마다에는 어지럽게 널려진 자동차 때문에 가정마다에서 갑자기 불어 닥친 위험하고 다급한 상황을 면할 수 없고 막혀버린 도로에는 한 발짝이라도 먼저가 돼야 한다는 독선적인 생각에서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오로지 운전자의 비양심적 행위는 한 발짝 먼저가 영원히 먼저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질서는 한마디로 사회가 올바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으로서 건전한 믿음이 서로를 감싸주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원초적 본능에서 이뤄져야 하는 기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혼자만의 힘으로 치켜들어 보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보다는 이웃과 주변을 보살필 수 있는 미덕이 있어야 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하는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조급하고 참고 견딜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동결(凍結)돼 사소한 일에도 목청이 높아지고 자신의 옳고 나쁜 행위에는 판단력이 흐려지는 독선적인 개인주의에 길들여져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가 서슴없이 쏟아지는 천박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가난하고 힘겨웠던 세월을 벗어나 분에 넘치는 풍족한 생활이 찾아오게 되고 보니 자신 있고 용기 있는 모습들이 과시와 거만으로 변해가는 아쉬움이 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지난날의 우리 식탁에는 자연에서 일궈진 푸른 식물나라가 자리를 차지했지만 오늘날의 우리 식탁에는 이곳저곳에서 굴러온 국적 없는 기름덩어리가 우리의 식탁을 점유하고 이것들이 우리의 입에 차츰 길들여지고 있다.

채식은 대부분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를 맑게 하고 온화한 성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기름덩어리인 육식은 성급한 체질을 만드는 산성식품으로 오늘날의 인색해지는 민심(民心)이 이러한 음식 문화에서도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예(禮)와 질서(秩序)는 같은 그릇에 담겨진 음식과 같은 것으로 이것은 퍼내는 방법과 들어가는 구멍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이것을 지배하는 지주는 다름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심(良心)이라고 보면 된다.

예(禮)의 의미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일상생활의 규범(規範)과 일정한 형식을 자의에서 스스로 갖추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질서(秩序)는 사물 또는 사회가 올바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일정한 차례나 규칙(規則)을 말하는 것으로 모두는 자율적(自律的)인 방법에서 양심(良心)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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